히트곡 ‘오늘 같은 밤이면’으로 유명한 가수 박정운이 최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2000억원대에 이르는 가상화폐 사기 사건에 연루됐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가상화폐를 이용해 어떻게 사기 행각을 벌인 걸까요.
이번 사건은 채굴기 운영 대행업체 마이닝맥스가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을 캘 수 있는 채굴기에 투자할 투자자를 모으면서 시작됐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이더리움 채굴기를 사게 한 후 이를 대신 운영하는 명목으로 수익금 40%를 챙기는 방식이었습니다. 마이닝맥스는 새로운 투자자를 데리고 오는 투자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전국 각지에서 투자자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늘어난 투자자 숫자만큼 이더리움을 채굴하기 어려워진 것이 문제였습니다. 수익금 지급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이들은 지급 기일을 늦추고 돌려막기를 하다가 결국 지급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죠.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피해자만 2만여명, 피해 금액은 약 2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박정운은 마이닝맥스 회장으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계열사 운영을 맡고, 업체 행사에서 홍보 역할을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6월 투자자 200여 명이 참석하는 투자 행사에도 함께한 것으로 밝혀졌죠.
13일 YTN에 따르면 인천지검은 최근 박정운을 불러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출국금지 조치와 함께 그가 대표로 있는 한 홍보대행업체를 압수수색하기도 했죠. 박정운의 피의자 입건 여부는 그가 사건에 얼마나 개입했는지 정도에 따라 결정될 전망입니다. 마이닝맥스 회장과 부회장은 수사가 시작되자 미국, 캐나다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지난 4일 마이닝맥스 관계자와 상위그룹 투자자 등 14명을 구속한 바 있습니다.
국내에 가상화폐 열풍이 불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 일입니다. 짧은 시간 동안 큰돈을 벌었다는 투자자들이 나타나자, 일반인들도 가상화폐에 관심을 보이며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죠. 박정운의 사기 사건도 가상화폐의 존재를 알리는 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에 정부도 가상화폐 시장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상화폐로 인해 높은 수익이 가능한 만큼 위험도도 높지만, 현재까진 투자자들을 보호할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상화폐는 주식과 달리 24시간 내내 거래가 가능하고 급등락이 심한 것이 특징입니다. 대부분의 가상화폐거래소는 연령과 상관없이 거래할 수 있어 대학생 뿐 아니라 중·고등학생들까지 가상화폐 투자에 참여하고 있어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어요.
다른 국가에서는 이미 가상화폐를 규제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 9월 신규화폐공개(ICO)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비트코인을 위안화로 환전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인도네시아와 러시아도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한 상황이고, 미국과 일본은 일부 인정하는 방식으로 규제하고 있죠.
박정운이 연루된 이번 사기 사건은 가상화폐 투자의 위험성과 규제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 뒤엔 그만큼 큰 위험성도 항상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