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이주열 한은 총재 “개혁추진 적기…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신년사] 이주열 한은 총재 “개혁추진 적기…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기사승인 2018-01-02 13:39:21

오늘은 새로운 희망과 각오로 2018년 첫 업무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먼저 지난 한 해 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맡은 바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주요국과 통상환경 악화, 북한 리스크 증대 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회복에 힘입어 수출과 설비투자가 호조를 보이면서 성장세가 점차 강화됐습니다. 이는 그동안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영해 온 데에도 힘입은 바가 크다 하겠습니다. 소비자물가는 수요 측면에서 상승압력이 크지 않았지만 국제유가 상승 등 공급측 요인 영향으로 연간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 2%에 가까운 수준을 나타냈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조정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통화정책 실질적인 완화정도가 더 확대돼 금융불균형 누증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금리를 0.25%p 인상했습니다.

한국은행은 그간 금융·외환시장 불안요인 발생 시 시장안정 유지에 힘쓰는 한편 중층적인 외환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 중앙은행과 양자간 통화스왑계약을 확충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호주 및 중국 중앙은행과의 통화스왑계약을 연장했으며 기축통화국인 캐나다와 상설 통화스왑계약을 체결한 것은 지난해 한국은행이 직접 일궈낸 값진 성과라 하겠습니다.

올해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 회복세 지속·정부 재정지출 확대 등에 힘입어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안팎 여건을 보면 여러 가지 위험요인들이 곳곳에 잠재해 있습니다.

경기회복 강화로 미 연준에 이어 여타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통화정책 완화정도를 줄여 나갈 경우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고 그렇게 되면 세계경제 회복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요국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통상환경 악화로 세계교역 증가세가 둔화될 소지도 있습니다. 북한 리스크가 수시로 부각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경제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 또한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출산과 고령화·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소득불균형 심화·가계부채 누증·차세대 첨단산업 발전의 지연 등 우리 경제의 활력을 제약하는 구조적 문제들도 상존해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현재 경기회복 모멘텀을 이어 나가면서도 경제체질 개선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개혁 노력을 지속해야 합니다. 성장세가 회복되고 재정이 확장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금이 개혁 추진 적기라 생각합니다. 정부와 민간 경제주체들이 협력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통화정책은 중기적 시계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물가가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운용될 필요가 있겠습니다. 올해도 우리 경제 견실한 성장세가 지속되겠으나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당분간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동시에 통화정책 완화기조 장기화가 금융불균형을 심화시킬 가능성, 그리고 이러한 불균형 누적이 중장기적으로 성장과 물가에 미칠 영향에 한층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 하에 향후 성장과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통화정책 운영여건이나 파급영향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지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 유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한층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금년에는 2019년 이후 적용할 물가안정목표제 운영여건을 다시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인플레이션 추세, 성장과 물가 간 관계 등 인플레이션 동학 변화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목표수준·목표설정 방식·설명책임 등에 개선할 점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통화정책을 적시에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경제전망 정도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경제변수 간 인과관계가 달라지고 산업기술 발전과 글로벌화 진전으로 각국 경제 간 상호연관성이 복잡다기화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분석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충하는 한편 분석방법과 전망모형을 꾸준히 개선해 성장·물가 등 주요 거시경제변수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경제주체들에게 정책신호를 일관성 있게 전달하면서 정책을 실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금융안정을 확고히 하기 위한 노력도 한층 강화해야 합니다. 국내외 금융불안 요인·자본유출입 동향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해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유지해 나가야 합니다. 가계부채는 정부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안정 노력에 힘입어 증가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부채 총량수준이 높은 데다 증가속도가 소득에 비해 여전히 빨라 우리 경제 지속가능한 성장과 금융안정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경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가계부채 문제를 단시일 내에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부채증가율을 소득증가율 이내로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금융산업에 빅데이터·인공지능·생체인증 등 기술이 접목되면서 지급결제 환경이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지급결제제도를 선진화하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각별히 노력해야 합니다. 금융기관 자금이체 편의 등을 제고하기 위한 차세대 한은금융망 구축 사업은 향후 20~30년 후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지고 추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사이버 리스크나 자연재난에 대비해 한은금융망 업무 복원력을 강화하기 위해 더욱 힘써야 하겠습니다.

최근 디지털 혁신에 따른 금융분야 변화는 그 깊이와 폭을 가늠하기 쉽지 않습니다. 분산원장기술을 지급결제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주요국 중앙은행과 민간은행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상통화 거래가 금융안정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대응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디지털 혁신이 금융안정과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 가능성 등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는 한편 국제사회나 국내 유관부처와 관련 논의에도 적극 참여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 전반에서 부패를 근절해 청렴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원칙과 공정성을 중시하고 자기 자신을 엄격하게 관리해 왔다고 자부하지만 중앙은행에 대해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국민 눈높이에 비추어 보면 부족한 점이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불합리한 것으로 판단되는 관행은 없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 보고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고쳐 나가야 하겠습니다.

정책여건이나 업무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부여된 책무를 다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중앙은행에 요구되는 역할은 무엇인지, 경제현안에 대해 어떤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 통화정책방향에 대해 경제주체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부단히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한편 변화 방향이나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업무에 소극적으로 임한다면 발전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기 어렵습니다. 스스로 용기를 내고 한발 앞서 도전하는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처럼 진취적인 자세로 일해야 하겠습니다.

조직 구성원이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 하더라도 개인이나 부서 성과만을 추구하는 ‘사일로 이펙트(Silo Effect)’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 조직은 발전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직원 상하간·동료간·부서간 소통을 확대해 이해 폭을 넓힘으로써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합니다. 우리 조직 및 인사 제도가 이를 잘 뒷받침할 수 있도록 평가와 보상 체계를 정교하게 설계해 운영해 나가야 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지난해 이맘때 우리는 우리 앞에 놓여진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비상한 각오로 한 해를 시작하습니다. 다행히 우리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보임에 따라 당초의 우려에서 벗어났습니다만,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올해도 우리 모두 중앙은행 직원으로서의 자긍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맡은 직무에 최선을 다해 주기를 당부드립니다. 무술년 새해를 맞아 한국은행 가족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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