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가 e스포츠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는 APL 파일럿 시즌을, 게임전문 방송국 OGN은 서바이벌 시리즈(PSS) 베타를 각각 개막했다. 이들은 수억 원의 우승 상금을 내걸고, 배틀 로열 장르 전용 경기장을 조성하는 등 종목 활성화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기존 프로게임단도 속속들이 종목 팀을 창단하거나, 곧 창단할 것임을 예고했다. 2018년에도 배틀그라운드는 e스포츠 업계 최고의 블루칩이다.
그런데 문제없이 순항할 것으로 예상됐던 배틀그라운드호가 최근 예상 밖의 난기류를 만났다. 옵서버 시선에서 참가자 행동이 제한적으로 보이는 이른바 ‘관전 오류’ 현상이 심화된 게 원인이다. 이 현상은 1월 중순께 1.0 패치 버전의 대회 클라이언트를 도입한 이후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14일 개막한 OGN의 PSS 베타는 대회 첫날부터 사고가 났다. 2개 스쿼드가 전략적 요충지를 놓고 전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관전 오류가 발생했다. 고조됐던 분위기가 팍하고 식었다. 시청자들은 우측 상단 킬 로그를 보고 급박한 상황을 유추해야 했다. 탄성이 나와야 할 타이밍에 탄식이 나왔다. 이후에도 오류 현상은 간헐적으로 나타나 시청자의 대회 몰입을 방해했다.
아프리카TV가 주최하는 APL 파일럿 시즌도 비슷한 문제로 골머리를 썩였다. 아프리카TV는 지난 12일 대회 스플릿2 4일 차부터 1.0 패치 버전으로 대회를 진행했다. 마찬가지로 같은 현상이 일어나 긴장감 조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채팅창에는 느낌표보다 물음표가 많았다.
대회 주최 측은 종목사가 권장하는 대회 클라이언트 버전을 사용할 따름이다. 이들 또한 관전 오류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라운드 종료 시마다 컴퓨터를 재시동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근본적인 문제 해결법이 되지는 못한다. 현재로서는 사실상 타개책이 전무한 상황이다.
배틀그라운드 게임 자체는 앞으로도 계속 승승장구할지언정 e스포츠 종목으로서의 허니문 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수년간 다져진 노하우로 중무장한 메이저 게임들이 새해를 맞아 기지개를 켜는 요즘이다. 국내 최고 인기 e스포츠 대회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는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한다. 지난 16일 개막과 동시에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점령했다.
오버워치는 지난 11일 국제 대회인 오버워치 리그를 시작했다. 종목사 블리자드에 따르면 개막일 경기 평균 시청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40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에서도 수만 명이 시청하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오버워치 리그는 17시간의 시차가 존재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다. 국내 시청자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오는 3월 개막하는 국내 대회 컨텐더스 코리아는 다르다. 지난해 10월 오버워치 APEX 시즌4 종료 이후 잠시 외도를 떠났던 오버워치 팬덤이 다시금 집결할 가능성이 크다. 이 팬덤은 10대·20대 여성이 주류를 이룬다.
배틀그라운드는 여전히 출시 초기 단계에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e스포츠 시장에 ‘배린이’를 위한 어드밴티지는 없다. 참을성 없는 e스포츠 팬들은 시청의 불편함을 감내하지 않는다.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물론 펍지 주식회사도 관전 오류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펍지 관계자는 “내부에서 해결 중이고 빠른 시일 내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배틀그라운드는 e스포츠 시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한다. 지난해 게임스컴 인비테이셔널을 시작으로 e스포츠화가 진행된지 어느덧 5개월이 흘렀다. 1단계 자기장이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