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흐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증권업계에서도 장수 CEO(최고경영자)가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대표이사, 메리츠종금증권 최희문 부회장, 교보증권 김해준 사장 등이다. 이들은 수년간 흑자 행진을 통해 8년 이상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공통점과 차이점을 두루 갖고 있다. 이들은 지휘하는 증권사는 모두 IB(기업금융) 부문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업계 안팎의 신뢰도도 높다. 다만 살아왔던 이력과 스타일은 큰 차이점을 갖고 있다.
◇ 회사 실적 랠리 도우미…IB 등 사업 다각화 ‘성공적’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사장, 메리츠종금증권 최희문 부회장, 교보증권 김해준 사장은 장수 CEO라는 타이틀 답게 회사의 실적 랠리에 기여한 인물이다.
2007년 증권업계 최연소(47세) 사장이 된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대표이사는 취임 이후 약 11년 동안 흑자 행진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잠정실적 공시에서 당기순이익 5244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877억(121.5%) 증가한 것으로 한국투자증권 역대 최고 실적이다.
메리츠종금증권 최희문 부회장도 이와 못지 않은 실적을 거뒀다. 지난 2010년 최희문 부회장이 대표로 취임한 이래 메리츠종금증권은 급격한 성장세를 이뤘다.
최 부회장의 취임 첫 해인 2010년 당기순이익은 255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순이익은 3552억원으로 12배 이상 증가했다.
김해준 사장이 수장으로 있는 교보증권은 지난해 연간 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20.2% 증가한 749억원을 거뒀다. 창사 이래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며 목표치(640억원)을 100억원 이상 초과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전년 대비 0.93% 오른 9.29%를 기록했다. 교보증권은 지난 2008년 6월 취임 이래 연속 흑자 행진을 기록했다.
해당 증권사들의 공통점은 IB(기업금융) 부문을 비롯한 여러 영역에서 고른 실적을 거뒀다는 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위탁매매(BK) 부문, 자산관리 부문(AM), 투자은행 부문(IB), 자산운용 부문(Trading) 등 전 부문 고른 성과를 거뒀다. 특히 증권사 가운데 IB 부문에서 가장 고른 실적을 거뒀다.
메리츠종금증권도 강점 분야인 부동산금융 등 기업금융(IB)부문(4253억원, 전년 대비 11.3% 상승)과 트레이딩부문(1104억원, 97.5%)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이어 지난해 자회사로 편입한 메리츠캐피탈(100% 자회사)도 역사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교보증권 역시 2010년부터 위탁매매 사업 비중에서 부동산금융, FICC, 자산관리분야에 중점을 둬 당시 중소형사가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을 선택과 집중으로 주요 수익원으로 만들었다. 또한 단순 주식매매 영업인 리테일을 개선하여 IB 연계영업, 금융상품판매, 개인 뿐만 아닌 기관 자산관리 등 다양한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지속적인 흑자를 이뤘다. 나아가 또 다른 먹거리 창출에도 성공했다. 교보증권은 지난 2016년 말 헤지펀드운용 인가를 받아 판매잔고 기준 1조 6000억원이 넘어 업계 1위로 급부상했다.
◇ 외향적 리더십 vs 조용한 카리스마..경영 방식도 달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상호 사장은 대외활동도 활발하고 언론과 스킨십도 적극적이다. 반면 메리츠종금증권 최희문 사장과 교보증권 김해준 사장은 묵묵한 리더십으로 회사를 이끌어간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결단력 있게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상호 사장의 경우 외향적 리더십이지만 최희문 김해준 사장은 외유내강형의 지도자라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세 회사 모두 직원 급여도 대형 증권사 못지않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기준 한국투자증권은 9342억원, 메리츠종금증권은 99,39억원, 교보증권은 1억118만원에 달했다.
경영 방식은 차이점이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은 높은 수익성 뿐만 아니라 안정성을 추구하는 증권사다. 실제 두 회사는 공식적인 구조조정(희망퇴직)을 실시한 적이 없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직원 수도 최근 증권업계의 분위기와 달리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메리츠종금증권은 미국식 경영방식에 가깝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계약직(897명)이 정규직(519명) 보다 많은 몇 안되는 증권사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이 실적 시너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업계는 기존 사업체와 달리 정규직과 계약직의 개념이 다르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계약직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