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펍지주식회사는 자사 게임 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배틀그라운드)의 e스포츠화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배틀그라운드 코리아 리그(PKL)의 청사진을 꼼꼼하게 그려 발표했다. 펍지는 천천히, 그러나 착실하게 자신들의 계획을 구체화해나가고 있다.
펍지가 구상 중인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핵심은 아마추어 중심의 A·B 투어, 그리고 그 위에 군림하는 프로 투어다. 이중 공인 프로게임단 위주로 진행되는 프로 투어는 리그 오브 레전드로 치면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 오버워치로 치면 오버워치 APEX 쯤 된다. 즉, 최상위 수준의 선수만이 참여 가능한 대회다.
프로 투어는 다시 3개의 대회로 나뉜다. 인터넷 스트리밍 플랫폼 아프리카TV가 주관하는 아프리카TV 배틀그라운드 리그(APL), 게임방송국 OGN이 진행하는 배틀그라운드 서바이벌 시리즈(PSS), SPOTV GAMES가 담당하는 배틀그라운드 워페어 마스터즈(PWM)다. APL과 PSS는 2회, PWM은 1회 개최가 확정된 상태다.
그런데 이 프로 투어의 규정과 진행 방식이 일정하지 않고, 대회마다 조금씩 달라 필요 이상의 복잡함을 야기하고 있다. 1번째 차이는 전장 및 시점 선택의 문제다. PSS과 PWM은 미라마 맵에서 3인칭과 1인칭을 1라운드씩, 에란겔 맵에서 3인칭과 1인칭을 1라운드씩 치러 총 4라운드를 진행한다. 반면 APL의 경우 미라마 맵에서는 1인칭과 3인칭을 번갈아 활용하지만, 에란겔 맵에서는 3인칭만 2번 진행한다.
여기에 대회 참가 인원수도 다르다. APL과 PSS는 한 경기에 24개 팀이 참여한다. 시범대회 성격을 띠었던 APL 파일럿 시즌과 PSS 베타 때보다 4개 팀이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오는 5월 중 개막할 PWM은 파일럿 시즌 당시와 마찬가지로 20개 팀이 한 조를 이룰 전망이다. 때문에 이들은 앞서 개막한 2개 대회와 다른 포인트 제도를 활용할 가능성 또한 열어둔 상태다.
이러한 차이점은 각 대회를 주관하는 파트너를 향한 펍지의 신뢰에서 비롯됐다. 한 대회 관계자는 “펍지 측이 방송사에게 자율권을 주고, (경기 방식을) 함께 협의했다”고 귀띔했다.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각 대회마다 개성을 부여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겠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는 e스포츠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올 만큼 복잡한 규정과 운영이 요구되는 종목이다. 소위 메이저 대회라 할 만한 3개 프로 투어의 운영 방식마저도 이처럼 천차만별이라면 팬들의 접근성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계획은 오는 7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릴 배틀그라운드 글로벌 인비테이셔널(PGI) 2018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대회 역시 국내 프로 투어와는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펍지가 첫 이틀간은 3인칭 시점으로, 또 나머지 이틀간은 1인칭 시점으로 PGI 2018를 진행해 시점별 세계 최강팀을 가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내 프로 투어는 이제서야 1인칭과 3인칭 점수를 같이 집계해 종합적으로 순위를 매기는 추세다. 그런데 오는 여름 열릴 국제대회에서는 1인칭 따로, 3인칭 따로 진행한다. 그 사이엔 제법 간극이 있다. 마치 오버워치 종목에서 화물 운송 챔피언 팀과 거점 점령 챔피언 팀을 각각 뽑아야 하는 느낌이랄까.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대회, 2017 게임스컴 배틀그라운드 인비테이셔널이 성료했던 때로부터 약 8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3개의 프로 투어급 대회가 파일럿 시즌, 또는 베타 시즌을 마쳤다. 좋든 싫든 간에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이제 본궤도에 들어섰다. 최선의 규정을 찾을 시간은 충분했으리라 판단된다. 펍지 측이 보다 명확한, 통일된 규정을 적용해야 할 때 아닐까 싶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