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김장겸 퇴진’을 앞장 서서 외치던 MBC 김민식 PD가 본업으로 돌아왔다. 무려 8년 만에 연출하는 드라마다. 김 PD는 “8년을 쉬어서 감이 떨어졌다”면서도 진지하게 작품 얘기를 시작했다.
김민식 PD의 복귀작은 MBC 새 주말드라마 ‘이별이 떠났다’다. MBC '여왕의 꽃' '글로리아'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내조의 여왕' 등의 김민식 PD가 연출을, 영화 '터널' '소원' '비스티 보이즈' 등의 원작자인 소재원 작가가 집필을 맡았다. 동명 웹 소설이 원작이다.
‘이별이 떠났다’는 배우 채시라, 이성재, 정혜영을 중심으로 하는 40~50대의 이야기와 이준영, 조보아의 20대 이야기가 함께 펼쳐진다. 결혼과 불륜, 임신 등으로 갈등을 겪는 20대, 50대 여성이 동거하며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23일 오후 2시 서울 성암로 상암 MBC 사옥에서 열린 ‘이별이 떠났다’ 제작발표회에서 김민식 PD는 “우리 사회 여성들에 대한 드라마”라며 “여성들에게 가장 힘든 것이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다. 이런 일이 갑자기 찾아왔을 때 누군가 나타나 도와주면 어떨까 하는 데서 시작된 이야기다”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예비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판타지 로맨스로도 볼 수 있다”며 “불가능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렸다”고 덧붙였다.
오랜만에 현장으로 복귀한 소감도 밝혔다. 김 PD는 “8년 만의 연출 복귀”라며 “많이 부담된다. 긴장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다행히 드라마 연출은 축구처럼 혼자 하는 게 아니다”라며 “좋은 작가, 좋은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하고 있다. 8년 동안 놀아서 감이 떨어졌다. 잘하는 분들에게 묻어가는 자세로 즐기고 있다”고 연출을 재개한 소감을 전했다.
배우 채시라도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 이후 3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다. 이날 채시라는 “오랜만에 MBC에 돌아왔다”며 “‘이별이 떠났다’는 제목부터 남달랐다. 작품을 읽어보면서 빨려 들어갔다. 내가 찾던 작품이 아닌가 싶었다”고 출연을 결심한 계기를 밝혔다. 이어 “항상 작품을 선택할 때 전작과 반대되는 이미지를 추구하는 편”이라며 “‘이별이 떠났다’는 적나라하고 솔직한 면이 있어 말투와 모습이 이전 작품들과 달랐다. ‘채시라에게 이런 모습도 있었어’, ‘저런 모습도 어울리네’라는 느낌이 있었다”라고 귀띔했다.
‘이별이 떠났다’는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의 대립, 그리고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현실의 문제를 드라마에서 풀어낸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관심과 공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불륜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혹시 주말드라마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닐까.
김 PD는 “불륜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가 또 나오게 됐다”며 “하지만 이 드라마를 불륜 드라마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두 사람의 사랑은 누군가에겐 선물이지만, 누군가에겐 고난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의도하지 않은 이별이나 고난이 내게 왔을 때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드라마다. 불륜은 하나의 소재일 뿐, 이 사건으로 각자 어떻게 자신의 고통을 만나고 극복하면서 성장하는지를 다루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별이 떠났다’는 MBC ‘데릴남편 오작두’ 후속으로 오는 26일 오후 8시45분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