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말 중에 수인이어 불여수인이여(授人以魚, 不如授人以漁)라는 말이 있다. 물고기를 주는 것은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보다 못하다는 말이다.
12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싱가포르 현지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상담회'에서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국내에서 골목상권을 침투해 문제가 되는데 그보다는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면서 정부 지원에 대한 뜻을 밝혔다.
이날 발언은 싱가포르를 통해 동남아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바람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골목상권에 대한 발언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는 일반 식품·가전 등 기타 업계과는 다르게 한 덩어리이면서 동시에 독립된 개체로 볼 수 있다. 가맹본부는 기업이지만 가맹점은 각각의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일부 대기업 계열사나 중견 프랜차이즈의 해외진출 사례가 있으나 이는 대부분 직영 운영이며 현지 가맹사업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그마저도 현지 기업과의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통한 경영이다.
물론 이러한 발언도 이해는 된다. 과포화 상태에서 좁은 내수시장보다는 해외시장에 도전하라는 응원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프랜차이즈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홍 장관의 발언은 ‘프랜차이즈는 골목상권을 파괴하는 축’이라는 의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식업은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낮아 매년 수많은 ‘사장님’들이 영업신고서를 낸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숫자의 사장님들은 생업을 포기하고 가게를 접는다.
실제로 외식업 창업자의 3년 생존률은 절반에 머문다. 독립형 식당의 경우 39%, 기업형 프랜차이즈는 63%로 그나마 자영업자들은 프랜차이즈의 우산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프랜차이즈는 마치 서민들의 삶의 터전인 골목상권을 파괴하는 악의 축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는 분명히 맥을 잘못 짚은 것이다. 골목골목 들어선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 역시 서민이며,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본사도 ‘중소기업’이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보다도 경쟁이 극심한 외식업에서 자영업자들의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대로 지원·육성 정책이 우선돼야한다. 자영업의 과잉 진입을 억제하고 경쟁력이 부족한 자영업자는 도태되더라도 직종 전환을 통해 재도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등 건강한 프랜차이즈 육성을 도모해야 한다.
물론 규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단순히 골목상권 제재가 아니라 가맹본부와 점주간의 불공정 계약 해소와 투명한 정보공개, 예비 창업자들이 충분히 창업을 준비할 수 있는 교육과 준비기간의 지원 등이다. 여러 반향을 읽지 못하는 정책은 오히려 골목상권의 국지적인 독점을 보장해주며 신규 창업자들의 성공률을 낮추게 된다. 이는 결국 업계의 사장으로 이어진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과도기를 걷고 있다.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정부부처 역시 업계와 상생(相生)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