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기업의 분식회계 논란이 금융당국 간 팽팽한 줄다리기로 이어지는 듯 하다.
지난 12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긴급 브리핑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 콜옵션에 대한 공시를 고의적으로 누락했다고 판단했다. 증선위는 담당임원 해임권고와 더불어 검찰 고발 및 감사인 지정 3년을 결정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의 핵심 사안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관계사 전환에 대해서는 유보 판단을 내렸다. 말 그대로 증선위의 판단은 ‘앙꼬 없는 진빵’에 불과한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진 것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전환해 기업 가치를 부풀렸다는 주장이 제기되서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하기 전 연도인 지난 2015년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장부가액에서 공정시가액으로 변경하면서 갑자기 1조9049억원 순이익을 달성했다.
증선위는 이 사실에 대해서는 유보 판단을 내린 후 공을 금융감독원에 넘겼다. 증선위는 금감원의 조치안이 미흡해 판단할 수 없다고 재감리 조치를 요구했다. 결국 쟁점은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속된 말로 ‘고구마’를 몇 개 먹은 듯 답답함을 느낀 이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증선위가 이 사안에 대해서 다각적인 각도로 바라보려는 시도는 존중할 만 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규정을 완화했던 한국거래소, 상장주관사(한국투자증권), 삼성바이오에 투자했던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의 입장도 고려할 부분이다.
하지만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은 지난 2017년 초에 불거진 사안이다. 의혹이 나온 지 1년 5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선위의 유보 판단은 금융감독원의 미흡한 조치로 인해 최종 판단을 내릴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수개월 간 심의가 결론나지 않은 것은 금감원의 미흡한 조치 때문이라는 것이다.
증선위의 주장이 신뢰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심상정 의원은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해서 특별감리까지 한 상황에서 강제조사권이 없는 금융감독원에게 ‘명확성’과 ‘구체성’을 위해 또다시 감리하라는 증선위의 결정은 금감원의 조치를 기각한 것과 다름 없다”라고 지적했다. 박용진 의원 역시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금감원에게 미뤘다”고 말했다.
앞서 증선위는 금융감독원에 ‘별도의 수정 조치안을 만들어 오라’고 요청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직후인 2012년 부터 2014년 까지의 회계 처리도 같이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증선위의 입장이다. 하지만 증선위의 행위에 대해 ‘삼성 봐주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2015년도를 놓고 볼 때는 아주 고의성이 짙어지는 문제인데 그런데 2012년도로 거슬러 올라가면 고의성보다는 단순 과실로 문제를 끌어가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 사태는 국내 자본시장에서 큰 후폭풍을 낳을 만한 사안이다. 신중한 입장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지만 그 과정이 너무 지지부진하고 심지어 의혹만을 부추기고 있다. 정권이 교체됐지만 삼성과 관련된 쟁점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