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14년을 구형받으면서 경영에 빨간 불이 켜졌다.
29일 서울고법 형사8부 심리로 열린 신 회장 등 롯데그룹 총수일가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신 회장에게 총 징역 14년과 벌금 1000억원, 추징금 70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그룹 책임자로서 배임·횡령 범행을 적극적으로 막을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계속하게 하고 가족들의 불법 이익을 취득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면서 “모든 의사결정의 정점에 있었고 각종 범행에 대해 직접적인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많은 증거가 있다”며 구형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의 이번 구형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항소심 선고 결과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2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 사이 단독면담의 성격과 시기,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현안의 중요성, 대통령 말씀자료와 롯데 미팅자료 등을 종합하면 어떤 형태로든 면세점에 대한 대화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묵시적 청탁을 재차 인정했다.
또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건네 준 70억원의 자금 지원이 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대가 관계가 있었다고 판단해 뇌물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이는 70억원을 추가로 지원해 달라는 요구를 ‘순수한 공익 목적의 요구’로 받아들였다는 롯데 측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월드타워면세점 특허사업자 탈락 과정에 청와대의 면세점 사업자 독과점 규제 지시가 있었고 박 전 대통령이 신 회장에게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추가 지원을 요구한 상황 등을 고려하면 신 회장 등이 순수한 공익 목적의 요구로 받아들였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라고 판결했다.
신 회장은 이번 항소심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순수한 지원 요청이라고 생각해서 기부금을 냈지 면세점 사업을 하기 위해 뇌물을 준 게 아니다”라면서 혐의를 부인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신 회장은 경영비리 사건 1심에서 총수일가에 500억원대 공짜급여를 지급하게 하고 롯데시네마 매점에 영업이익을 몰아주거나 부실한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타 계열사를 동원하게 하는 등 회사에 1300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다만 1심에서는 해당 혐의 중 상당부분이 무죄로 인정돼 징역 1년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신 회장의 구속이 길어지면서 롯데그룹 역시 길을 잃었다. 삼성과 현대차그룹 등이 채용·투자 계획 등을 밝혔지만 롯데그룹은 하반기 채용계획도 중단된 상태다. 롯데그룹은 최근 10년 동안 한 해 5조∼10조원가량을 연평균 1만5000명가량을 채용해 왔다.
해외 사업과 인수합병(M&A) 역시 신 회장 구속 이후 멈춰섰다. 올해 롯데그룹은 베트남의 제과업체, 베트남·인니 유통업체, 미국·베트남의 호텔체인, 유럽의 화학업체 등 국내·외에서 10여 건, 총 11조원 규모의 인수합병을 검토했으나 사실상 멈춰섰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를 가동하고 있으나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보복으로 중국 내 롯데매트 매각 등 산적한 현안 처리에 그치고 있다.
또한 이번 재판결과에 따라 롯데면세점 취소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올 초 관세청은 신 회장의 재판결과에 따라 면허취소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악의 경우 매출 1조원 규모 면세점 사업이 좌초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뉴롯데’를 위한 지주사전환작업 역시 풀어야할 숙제다. 지난해 10월 설립된 롯데지주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 호텔롯데 들에 대한 편입작업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또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 지분 정리 안건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한편 신 회장에 대한 법원의 항소심 선고는 구속기한 만료 전인 10월 초에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