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산업을 국가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가 내년도 지원할 연구개발비(R&D)를 축소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앞서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경제부처 부별심사에서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제약바이오 산업을 국정과제로 선정하며 고부가가치 창출 미래형 신산업으로 발굴·육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신약개발사업 등 주요 R&D 사업들에 대한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투자가 끊길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도 정부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임상연구 인프라 조성사업, 첨단의료기술 개발사업, 범부처전주기 신약개발사업 국가항암 신약개발사업 등 주요 신약개발 R&D사업들이 일몰 또는 종료시점이 도래해 신규과제 지원이 없어지는 등 연구개발 투자가 중단될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기준 국내제약기업의 연구개발비는 770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0% 감소했으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8.3%로 전년 동기대비 1.1%p 하락했다고 밝혔다.
성 의원은 “신약개발 등 제약바이오 산업은 의학, 약학, 생물 등 대표적인 융복합 4차 산업으로 부가가치가 크고 시장경쟁력이 큰 만큼 국가 신성장동력 육성 지원을 촉구하며 지난해 국회에서 정책토론회까지 개최했지만 정부의 지원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며 “신약개발을 위한 우리 정부의 R&D 투자 비중은 벨기에 40%, 미국 37%, 일본 19% 등에 한참 모자란 8%에 불과한데 최근에는 국내제약기업들마저 연구개발을 축소하고 임상시험계획 승인도 감소하고 있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화가 요원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제약산업 육성지원은 2018년 98억원에서 2019년(안)에는 126억원으로 28.6% 증액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임상시험 선진화 기반 구축(15억8000만원) ▲글로벌 임상시험 지원센터(22억8000만원)는 감액한 반면, ▲바이오의약품 생산 전문인력 양성지원(21억원) ▲AI활용 신약개발 교육 및 홍보(1억6000만원)는 다소 늘었다. 임상 기반이나 지원보다는 인력과 홍보에 치중한 모습이다.
반면 다른 R&D 부문은 크게 향상됐다. 2019년(안)을 보면 연구자주도 질병극복 연구사업은 2018년 93억원에서 146억8000만원으로 57.8% 증가했다. 또 ▲공익적 질병극복 연구지원사업 60억3600만원으로 60.7% 증가 ▲마이크로의료로봇 실용확 기술개발사업 57억원(신규) ▲의료데이터 보호·활용 기술개발 37억4000만원(신규) ▲CDM기반 정밀의료 데이터 통합 플랫폼 기술개발사업 35억원(신규)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 59억9000만원(신규) ▲스마트 임상 플랫폼 기반구착사업 27억8000만원(신규) ▲인공지능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사업 25억원(신규) ▲바이오메티컬 글로벌 인재양성 60억원(신규)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사업 18억8000만원(신규) 등이다.
하지만 R&D 부문을 세부적으로 보면 대부분은 운영비와 연구비이다. CDM기반 정밀의료 데이터 통합 플랫폼 기술개발사업의 경우 표준안 마련 및 규약개선 4억원, 공공목적 활용연구 30억원, 기획평가관리비 1억원 등 실제 기술에 대한 투자는 없다.
그나마 스마트 임상플랫폼 기반구착사업의 경우 첨단 융복합 임상시험 기술개발에 26억7000만원을 편성했고, 인공지능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사업에 25억원이 편성됐을 뿐이다. 나머지는 인재양성이나 관련 사업 연구에 많은 부분이 편성됐다.
성일종 의원은 “신약 개발은 막대한 자본과 10년 이상의 긴 개발 과정을 요하는 만큼, 국내 제약기업들의 R&D 투자여력이나 신약개발 의지 및 역량 등을 고려한 정책이 추진되야 한다”며 “글로벌 DNA를 국내 제약산업에 이식하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의 국내 투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오픈이노베이션 등 국내 제약산업 발전에 적극적인 글로벌 제약회사의 혁신형 제약회사 인증 확대 등 제도적 장치를 활용해 투자 유인 요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적극적인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한편 글로벌 제약기업의 국내 R&D투자액은 ‘16년 2558억원에서 ’17년 2710억원으로 약 5.9% 상승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IND(임상시험계획) 승인 건수도 글로벌 제약기업은 ‘16년 256건에서 ’17년 285건으로 증가 추세에 있지만, 국내제약기업의 승인은 2016년 201건에서 2017년 191건으로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