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주말 장사 공쳤어요” 통신망 마비에 한숨 쉬는 소상공인

[르포] “주말 장사 공쳤어요” 통신망 마비에 한숨 쉬는 소상공인

기사승인 2018-11-27 04:00:00

“죄송합니다, 현금결제나 계좌이체로만 결제가 가능합니다”

지난 24일 공덕역에 위치한 한 베이커리에서는 고객들에게 ‘카드 결제가 불가능하다’면서 이같이 안내했다. 현금이 없고, KT를 이용해 계좌이체마저 어려운 고객에게는 “(인터넷뱅킹 사용을 위해) 핫스팟을 잡아드리겠다”고 안내했다.

해당 매장 외에도 이러한 불편을 겪는 점포는 상당했다.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샤브샤브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반나절 정도 됐지만 매출이 줄어든게 눈에 보인다”면서 “주말장사는 공쳤다”고 한탄했다.

매장 카운터에는 ‘KT 화재로 인해 카드결제 불가’라는 글귀와 함께 계좌번호가 적혀있었다. 현금이 없는 소비자를 위한 임시방편이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점주는 “그나마 계좌이체라도 되는 경우는 다행”이라면서 “고객이 KT 통신사를 사용할 경우 LTE도, 와이파이도 안 되다보니 계좌이체도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ATM기기를 찾아 현금을 뽑아오겠다는 손님도 있지만 정말 극소수”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날 11시 12분께 서울 충정로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불은 10여시간만인 오후 9시 26분 완전히 진화됐지만 그 기간 동안 서대문, 마포, 은평구 일대 카드결제와 통신이 마비됐다.

복구가 지연되면서 KT 아현국사 통신망을 사용하는 상점들은 카드결제 단말기와 포스(POS·판매 시점 정보관리 시스템)가 멈추면서 생업에 차질을 빚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지역은 서대문구를 비롯한 마포·용산·은평·중구 등 5개구로 해당 지역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은 150만명으로 추산된다.

또한 통신두절로 인한 피해액을 어떻게 산정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소상공인 불안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배달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한 백반집 점주는 “카드결제가 안된다고 안내하면 다음에 다시 (전화) 하겠다는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배달음식을 시키는 이유가 간단하게 한끼 해결하기 위해서인데 일부러 돈을 찾기 위해 밖으로 나오기 싫어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가 확실한 만큼 보상이 나오기는 하겠지만 언제, 얼만큼 나올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 불편도 이어졌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박모(31)씨는 “카드결제도 안되고 (KT 통신사 사용중이라) 계좌이체도 안돼 현금을 찾았다”면서 “아예 휴대전화가 먹통이 되다보니 불편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KT 화재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점포를 방문한다는 방침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통신서비스는 실생활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어 30일 중 하루 이틀 안 되는 것의 영향이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크다”면서 “장애가 지연되다 보니 다른 지역에도 문제가 확산하고 있다고 해 다방면으로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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