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2019] ‘마블 배틀라인’ 탄생기…“우리도 영화보고 개발한다”

[NDC 2019] ‘마블 배틀라인’ 탄생기…“우리도 영화보고 개발한다”

기사승인 2019-04-26 09:41:04


“어제 직원들이랑 다 같이 ‘어벤저스 : 엔드 게임’을 보고 새로운 콘텐츠 개발을 시작했다”

모바일 게임 ‘마블 배틀라인’을 개발한 이희영 데브캣스튜디오 디렉터가 지난 25일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마블 배틀라인의 탄생기와 글로벌 IP(지적재산권) ‘마블’과의 협업 과정에 대해 강연을 했다.

마블 배틀라인은 마블 IP를 활용한 수집형 카드 게임이다. 데브캣스튜디오가 앞서 개발했던 ‘마비노기 듀얼’의 시스템을 바탕으로 후속작으로 여러 시행 착오 끝에 전작의 장점을 계승했다.

이 디렉터는 “마비노기 듀얼을 처음 출시했을 때 반응이 뜨거웠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여기서 우리가 배웠던 점은 모바일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며 운을 뗐다.   

PC 게임 같은 경우는 시간을 들여서 반등의 기회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을 그렇지 않다. 초기 유저풀을 단단히 만들지 못하면 두 번째 기회를 갖기 어렵다. 

데브캣은 이를 토대로 후속작 개발에 착수했다. 이 디렉터는 가장 먼저 어떤 IP를 활용할지 찾았다. TCG는 장르특성상 북미‧유렵이 아시아권보다 인기가 많다. 한국, 일본 IP를 사용하면 국내 인지도는 높지만 북미‧유럽 시장에서는 눈길을 끌지 못한다. 

IP를 물색하던 와중 2015년 12월 20일에 이 디렉터는 신규 IP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것은 바로 마블이었다. 마블과의 협업은 첫 미팅부터 쉽지 않았다. 우선 마블 측은 협업 전제로 마블 배틀라인을 ‘어벤져스’ 3와 4 사이에 론칭하는 것으로 잡았다. 

이 디렉터는 “개발 기간이 2년 밖에 없어서 시간이 매우 촉박했다. 마비노기 듀얼을 최대한 활용하고 그래픽 향상을 목표로 개발에 착수하려고 했는데 마블은 스토리부터 요구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게임 개발사들은 코어 플레이를 설정하고 거기다 스토리를 입히는데 마블은 스토리와 설정을 먼저 요구해서 당황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데브캣은 급하게 스토리 설정부터 착수했다. 처음에는 ‘인피니티 스톤’이 파괴돼서 그 입자를 자원으로 활용하자고 마블 측에 제안했다. 이에 마블은 인피니티 스톤은 절대 파괴될 수 없다며 반대했다. 이 디렉터는 “마블과 논의 끝에 결국 ‘코스믹 큐브’를 파괴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 개발자를 구인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계약상 플레이어블 빌드가 나올때까지 프로젝트 공개가 금지였기 때문에 마블과 협업한다고 할 수가 없었다. 이 디렉터는 “당시 ‘프로젝트 MV’라고 하고 ‘누구나 아는 글로벌 유명 IP’로 표기하며 구인 광고를 했었다”며 웃었다.   

아트웍의 방향성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난관에 부딪혔다. 마블 코믹스 팬과 일반 팬 모두가 만족할 만한 일러스트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데브캣은 고민 끝에 코믹스의 역동성에 반 실사의 깊이를 더해 코믹스 팬과 일반 소비자 모두 겨냥하기로 했다.    

이 모든 것은 철저한 보안 아래 진행됐다.

2018년 6월이 되자 프로젝트를 공개하면서 데브캣은 드디어 당당히 마블과 협업을 했다고 밝힐 수 있게 됐다. 이 때 마블 배틀라인은 ‘마블 닷컴(마블 공식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공개됐으며 7월에는 ‘샌디에고 코믹콘’, ‘뉴욕 코믹콘’ 등에서 10월 론칭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마블의 보안은 출시 이후에도 철저했다. 이 디렉터는 “마블 IP 게임들은 마블 영화가 개봉하면 매출이 오른다. 이에 맞춰 콘텐츠를 개발하고 싶은데 마블은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절대 스토리를 알려주지 않는다”며 “우리도 개봉일에 영화를 보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콘텐츠 개발 착수에 들어 간다”고 말했다.    

성남ㅣ문창완 기자 lunacyk@kukinews.com

문창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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