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장기기증 권유, 누군가를 살리는 좋은 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 이뤄
지난 5월18일, 경남 창원에서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산 윤영식(46)씨가 안타까운 사고로 뇌사상태가 되어, 심장, 간장, 신장(좌, 우)을 기증을 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특히 가족들이 기증을 결정하는 데는 오랫동안 병마와 싸우고 있는 영식씨의 큰누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더 큰 감동을 주고 있다.
기증자 윤영식씨는 부산에서 5형제 중 막내로 태어나 어머님께서 일찍 돌아가시고 큰누나의 손에서 자랐다고 한다. 할 수 있는 것이 공부밖에 없어 전교 1, 2등을 놓치지 않았음에도 어려운 형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해야만 했다.
이후 어시장 물품운송업을 하며 가족들을 챙기는 근면 성실한 삶을 살아왔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겨 친구가 많고 따뜻한 분이었다고 한다.
더구나 윤영식씨의 큰누나는 현재 투병 중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역시 아파 본 사람이 다른 아픈 사람의 심정을 더 잘 헤아리는 것 아니겠느냐며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누나는 본인도 죽으면 병원에 시신 기증을 하고 싶다는 의견을 가족들에게 피력했다고 한다.
가족들은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지만, 아픈 누군가를 살리고 떠난다는 사실이 우리에게는 한편으로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될 것 같다”며 기증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윤영식씨는 5월 16일 동료들과 회식자리를 갖던 중, 옆자리 취객과 몸싸움을 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다. 곧바로 삼성창원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지만 뇌사상태에 빠졌다.
나중에 연락을 받은 가족은 경찰을 통해 영식씨가 뇌사상태로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됐고, 사건담당 경찰관이 “이대로 보내기는 젊고 건강한 분이니 장기기증을 생각해보는 것이 어떻겠냐?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 않겠냐”는 말에 기증을 결심했다. 병원에서 뇌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면서 평소 엄마 역할을 했던 큰 누나가 최종 기증에 동의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원장은 “생면부지 타인을 살리고 떠나신 기증자에게 감사드리며, 좋은 곳으로 가시길 기도드린다. 또한, 힘든 투병 속에서도 다른 이를 위해 기증을 결심해주신 가족의 아름다운 마음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