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롱 리브 더 킹 : 목포 영웅’(감독 강윤성·이하 ‘롱 리브 더 킹’)은 배우 김래원의 매력을 한데 모은 작품이다. 멜로부터 액션, 휴먼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가 복합적으로 펼쳐지는 영화 안에서 김래원은 장면마다 그 순간 가장 어울리는 얼굴을 보여준다. 조직의 보스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는 동화 같은 내용이 허무맹랑하게 여겨지지 않는 이유도 주인공 장세출을 연기하는 김래원이 균형감각을 맞춰 영화를 이끌기 때문이다.
영화 개봉 전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래원은 ‘롱 리브 더 킹’을 “멜로 영화”라고 소개했다. 조직과 보스, 선거와 국회의원… 영화를 수식하는 키워드만 살펴보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정의일 수 있지만, 김래원은 시나리오를 처음 본 순간부터 이 영화의 장르가 멜로임을 직감했다. 시나리오를 쓴 강윤성 감독의 답변 또한 일치했다.
“제가 멜로 장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감정의 계기와 발전이에요. 그래서 이번에도 그렇게 접근하다가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이렇게 생각하고 분석하는 것 자체가 장세출이 아니라는 것을요. 장세출은 강소현(원진아)이 마음에 들었다는 결과만 놓고 돌진하는 사람이에요. 이번 작품에선 장세출이라는 인물이 되는 것을 가장 열심히 했어요. 그게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죠.”
사람이 사람을 만나 변화한다는 영화의 주제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선, 장세출과 강소현의 첫 만남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첫 만남 장면에서 관객에게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영화의 메시지가 흔들리는 상황. 김래원은 “첫 만남이 잘 표현되지 못하면 이후의 이야기도 거짓말이 될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고 귀띔했다.
“장세출이 변화하는 계기가 첫 장면에서 모두 설명 되어야 하니까 중요한 장면이었는데, 다행히도 자연스럽게 잘 나온 것 같아요. 액션 장면도 이전 작품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날씨도 추웠고, 떨어지는 것을 반복하니까 아프긴 했는데 감독님께서 힘들어도 즐겁게 할 수 있는 힘을 주셨어요. 좋은 리더 덕분에 힘들다는 생각 없이 잘 마친 것 같아요. 코미디는 진지하게 하려고 했어요. 웃기려는 목적보다 그 순간 인물의 감정에 충실했죠.”
김래원이 장세출이 되어 영화 속에서 뛰어 놀 수 있었던 이유는 강윤성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덕분이다. 강윤성 감독의 현장은 열려있기로 소문나있다. 출연진과 제작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배우에게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이끌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강윤성 감독님의 방식이 저와 잘 맞았어요. 어쩌면 제가 간절하게 바랐던 디렉팅을 저에게 주신 것 같아요. 과거 드라마 ‘닥터스’를 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그때도 제가 할 수 있는 능력치 안에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어요. 감독님께서 촬영 초반에 제가 연기하는 것을 보시고, 저와 장세출의 닮은 모습을 포착해 작품에 반영해 주시기도 했고요.”
앞선 인터뷰에서 빠지지 않았던 낚시 이야기를 꺼내자 김래원은 “너무 좋아해 큰일”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이내 영화 촬영 도중 쉬는 날 낚시를 나갔던 일화를 풀어 놓으며 해맑게 웃었다. 그러다가 곧 진지한 얼굴로 자신이 생각하는 낚시와 연기의 공통점을 이야기했다.
“무엇이 잡힐지 모른다는 것, 방법과 과정이 여러 가지라는 것,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 연기와 낚시의 닮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결과가 좋다고 방법이 최선이었는지 모른다는 점도요. 조금 더 거창하게 말하자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작업이라는 것도 공통점이죠. 연기자로 데뷔한 지 20년 정도 됐는데, 요즘 또 다르게 재미있어졌어요. 몇 년 전부터 안 보이던 게 보이기도 하고요. 어떤 깨달음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는 거예요. 시간이 흐르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는 것처럼 작품을 보는 시선도 바뀐 것 같아요. 아직 멀었어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