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고 있다. 매년 ‘다사다난’이라는 사자성어가 보편적으로 쓰이지만 2019년은 문화와 예술적인 가치를 확인하고 싶다. 물론 방탄소년단(BTS)의 위상과 활약도 있었지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기생충'은 지난 5월, 제72회 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는데 한국영화로는 처음이었다. 영국의 ‘가디언’에서는 ‘기생충은 계급 갈등을 적절하게 건드리면서도 빈부 격차의 불만에 굶주린 젊은 관객들에게 많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라고 평가했다.
베를린과 베니스 등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 중에서 칸영화제는 가장 권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예술적인 영화를 만드는 감독에게 칸영화제는 최고의 영화제이며, 그랑프리를 받는 것은 최고의 영광이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보는 상업적인 영화가 아니라 예술적인 성취가 뛰어난 영화에게 주는 상이기에 수상의 명성은 최고의 가치를 말해준다. 그렇지만 <기생충>은 많은 대중들에게도 관심을 끌며 흥행에도 좋은 성적을 보였다. 11월까지 '기생충'은 전 세계에서 1억 1,5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북미 시장에서는 11월 22일까지 약 1,442만 달러(약 170억 원)를 기록했다. 북미의 상영관 수는 600개까지 올라갔다. 언제나 봉준호의 영화를 좋아했던 한국에서도 '설국열차'에 이어 1천만이 넘는 관객이 관람했다.
내년 2월의 아카데미상 수상식을 앞두고 '기생충'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미국에서 들려왔다. ‘뉴욕타임즈’는 봉준호의 '기생충'이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또 내년 아카데미(오스카)시상식의 최우수 국제극영화상과 주제가상 예비후보로도 선정됐다. 개봉 당시 3개의 극장으로 시작했던 '기생충'은 점점 관객이 늘어나며 600개의 극장으로 늘었고, 인터넷 SNS에서는 해시태그 기생충과 봉준호 등이 화제가 되었다.
그동안 한국영화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이유는 그만큼 미국 내에서 화제를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의 평가가 좋더라도 어느 정도 개봉관을 확보하면서 관객의 호응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2차대전 이후 영화의 중심은 할리우드였다. 세계의 모든 사람이 할리우드의 영화를 보면서 성장했다. 할리우드 영화가 인류의 공통적 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아카데미상을 보면 지금 할리우드 영화의 경향을 알 수 있다. 보통 서사적이고 스펙터클한 휴먼드라마가 아카데미의 이상적인 수상작이라고 하지만 '애니 홀', '양들의 침묵', '미드나잇 카우보이', '셰이프 오브 워터' 같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도 작품상을 받았다. 아카데미상의 의미와 가치는 충분하다.
내년에 발표될 아카데미 영화제 후보작이 발표될 때 '기생충'은 과연 몇 개 부문에 오를 수 있을까. 일단 외국어영화상은 확실해 보이고, 감독과 각본상도 가능성이 있다. 아주 운이 좋으면 감독상 아니면 각본상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만약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어떤 상이건 수상한다면 그것도 한국영화로서는 처음이다. 그렇다면 이런 국제영화제의 수상은 어떤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까. 우리나라가 국제적인 수상으로 해외에 끼치는 파급효과는 중견기업 매출의 수십 배에 해당하는 파급효과가 있다.
우리나라의 영화 수출은 물론 외국인의 관광객수와 주요 소비재인 옷, 화장품, 음식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이 매우 크다. 봉준호 감독은 쌍천만 영화를 가진 흥행 감독으로 칸영화제 그랑프리만으로도 모든 것을 다 이루었는데, 다시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는다면 그야말로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최고의 감독이 될 것이다. 더불어 한국영화도 세계 최고의 반열에 인정받는 경제적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다.
금진호(목원대학교 겸임교수 /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