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나무 60그루 오르는 인도네시아 여성…“사별 후 가족 생계 책임”

하루에 나무 60그루 오르는 인도네시아 여성…“사별 후 가족 생계 책임”

기사승인 2020-02-04 09:53:03

인도네시아에서 남편과 사별 후 가족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매일 수십 그루의 나무를 맨손으로 오르는 여성이 언론에 소개돼 화제다. 

2일 일간 콤파스와 트리뷴뉴스에 따르면 시티 하자르라는 여성은 수마트라섬 북부 아체주의 빈랑자(Areca nut·베텔야자) 농장에서 수확 철에 하루 동안 5∼10m 높이의 나무 60그루에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빈랑자는 구충제·소화제 등 약재로 쓰이며 인도네시아, 인도, 대만 등에서는 씹다가 뱉어 입안에 상쾌함을 주는 용도로도 쓰인다. 또 이 열매에는 환각 성분과 중독성분이 포함돼 있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시티는 “몇 년 전 남편과 사별 후 직업 선택의 여지가 없이 나무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며 “15살, 8살짜리 두 자녀와 연로한 어머니, 지적장애가 있는 오빠를 홀로 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균적으로 한나절 동안 60그루의 빈랑나무에 오를 수 있다. 나머지 시간은 가족을 돌보는 데 쓴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티의 성실함이 알려지면서 3개 마을의 빈랑자 농장을 통해 일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수확 철에는 여러 농장에서 나무에 올라가 달라고 의뢰를 받는다”며 “평상시에도 최소 10∼20그루의 나무에 오른다”고 말했다. 

높은 나무에 올라 열매를 채집하는 것은 위험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1회당 보수가 2000 루피아(170원)에 불과하다. 

시티는 빈랑 열매 수확 철이 아닐 때는 타인의 논, 밭에서 일을 해 가족을 부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지영 기자 circl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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