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 가격은 임대료가 결정한다. 결국 건물주는 임차인에게 높은 임대료를 받아 내야만 비싼 값으로 건물을 내다 팔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올리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임차인은 ‘임대인의 부를 쌓는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임대료를 조금만 올려도 건물값은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면, 건물주들이 원하는 임대료는 얼마일까. 서울의 강남, 강북, 수도권, 지방, 역세권, 주택가, 오피스가, 시내중심가 등 지역과 상권마다 차이는 있지만 건물주들의 희망 투자대비 수익률은 연(年) 5% 내외다.
예를 들면, 월 1000만원을 받고 있는 건물이 있다고 가정하자. 건물주는 이 건물의 월세를 30%정도 더 올려 받게 되면 연 5%의 수익률 시 건물 값은 24억원에서 31억2000만원으로 상승, 건물의 가치가 7억2000만원이나 높아진다.
그래서 일부 부동산업자는 ‘건물주 고객’을 위해 임대료를 올리는데 일조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건물주는 더 많은 월세와 더 많은 건물값을 받고 팔지만 월세를 조금만 올려도 휘청거리는 임차인에겐 큰 위협일 수 밖에 없다.
상가를 처음 분양 받는 임대인들도 주의해야할 것이 있다. 132㎡(40평) 상가를 구입한다고 할 때, 전용률은 50%인 66㎡(20평)에서 60%인 79.2㎡(24평) 밖에 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40평이라고 받은 분양상가의 실제 사용공간은 약 20평 정도의 규모 밖에 안 되는 것이다. 132㎡(40평)으로 착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 실제 임차인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인 전용면적으로 분양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에 실제 사용면적 66㎡(20평)의 작은 규모의 점포에서 월세 750만원을 받는 상가가 있다. 그런데 이 상가의 전용률이 50%라고 하면 임대 면적은 40평이 되는 셈이다. 임대면적은 곧 분양면적이다. 이를 다시 연 5%의 건물투자수익률로 계산하면 임대면적 평당 4500만원 꼴인데 실평수로 계산하면 평당 9000만원인 셈이다. 상당히 높은 금액이다. 문제는 한달에 750만원씩이나 내며 장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강남의 대치동이기 때문에 비싼 땅 값을 반영하더라도 매우 높은 월세다. 임차인에겐 장사가 안 되도 매월 내야하는 고정비로서 매우 부담이 되는 금액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상가분양가는 임대평수로 계산을 하는데 이렇게 되면 분양을 받는 분양주들은 분양가의 적정성에 대한 감을 못 잡는다. 이때는 분양가와 임대료 산정가를 실평수로 계산해 보길 권한다. 실평수로 계산을 하게 되면 임차인이 해당 건물에 월세를 무난히 잘 낼 수 있을 정도의 월세인지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임차인의 입장에서 분양가를 바라봐야 한다. 경험 많은 창업전문가나 상권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더욱 좋다.
자칫 높은 분양가로 상가를 구입하게 되면, 투자대비 수익률 때문에 임대료를 높게 잡을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임차인을 구할 수 없게 되어 오랜 시간 공실로 두거나 분양가 기대수익률에 훨씬 낮은 월세로 임대를 줄 수 밖에 없다.
상가건물의 임대료는 상권의 특성과 위치에 따라 임대료의 차이가 크다. 점포의 입지가 도소매업의 판매점 용도인지 음식점이나 카페로 어울리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같은 상권에 있다고 해도 귀금속을 파는 자리와 떡볶이를 팔아야 하는 자리가 다르듯, 매출이 높은 귀금속 등을 팔 수 있는 입지이면 임대료를 다소 높게 받을 수 있고, 떡볶이나 분식 등 매출을 많이 올리는데 한계가 있는 자리이면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같은 라인에 위치한 건물이라고 하더라도 점포마다 월세의 수준이 다르다. 분양이나 건물 구입을 잘 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임대료는 상가건물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 예를 들어 보자.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거리입구와 대치역 인근은 우리나라 학원교육 1번지, 이른바 ‘대치동 학원가 상권’이다. 이 곳의 한달 임대료는 실면적 49.5㎡(15평)에 약 450만원에서 650만원이고, 66㎡(20평)은 약 750만원~1000만원이다. 최근 26평의 점포가 보증금 3억, 월세 1200만원에 임대를 놓겠다며 임대문의 현수막을 내걸었지만 아직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과도한 월세를 받으려 하기 때문이다.
또한 얼마 전엔, 한 달간 비어있던 약 66㎡(20평) 규모의 점포에 샌드위치전문점이 입점했다. 이 점포의 월세는 한달에 900여만원이다. 관리비와 부가세를 포함하면 1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그 앞을 지나며 과연 그 점포에 어떤 업종이 들어설까 매우 궁금해 했다. 이 샌드위치 가게는 임대료를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우리나라 음식점 창업은 월세가 매출의 약 10%, 카페는 약 15% 내외가 되어야 적당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월 1000만원의 월세라면 1억원의 매출을 올려야 목표한 수익이 가능하다. 걱정이 먼저 앞선다.
대치동 상권의 특성상 평일과 주말 가릴 것 없이 학생들의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좋은 상권으로 분류되지만, 작은 점포의 월세가 1000만원에 육박할 정도의 상권은 아니다. 말 그대로 과한 임대료다.
과한 임대료는 이 곳만이 아니다. 홍대와 강남역, 이태원, 신사역 가로수길 등 젊은층의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일수록 더하다. 홍대의 높은 임대료에 밀려 연남동이 생겼고, 이태원역에 밀린 경리단길 그리고 가로수길에 이은 세로수길이 생겨났다. 건물 사냥꾼(투자자)들은 이렇게 생겨난 2군(?) 상권들을 가만 둘리 없었다. 건물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임대료를 올리기에 바빴다.
임대료를 높이 올린 건물주들은 그것을 아주 비싼 값에 되팔기도 했다. 결국 상권을 살리는데 공헌했던 초기의 상권 개척자(임차인)는 높아진 월세에 거리로 쫓겨났다. 그것이 바로 ‘젠트리피케이션’이다.
결국 이태원 경리단길 상권은 건물마다 ‘임대문의’ 현수막이 나붙었고, 점심과 저녁 거리의 모습은 이제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시행사와 분양회사들이 합작해 만들어낸 송파구의 위례신도시상권은 과도한 분양가와 임대가로 인해 아직도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우린 그곳에서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
건물의 가격은 건물주가 결정하지만 결국 임대를 결정하는 것은 임차인이다.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올라왔던 건물 가격에 따라 정해질 수 밖에 없는 높은 월세에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이제 지쳤다. 건물값도 그만 올라야 하고 월세는 낮춰야 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19의 저주는 많은 임차인과 일부 공실점포의 임대인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나마 다행히 전국 여러 곳에서 착한 임대인 운동이 번지고 있다.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건물, 전주한옥마을 임대인, 건물주 스타 연예인 서장훈, 가수 비, 김태희도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깎아주는 등 이번 운동에 동참했다. 하지만 착한 임대인이 아직은 많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편, 중국 상하이시는 한인타운 상가 임대료를 두달치 면제해 준다는 소식이 아침 뉴스로 흘러나왔다. 우리나라 임대인(건물주)들이여, 이제 월세의 거품을 걷어내고 임차인과 함께 살아갑시다.
글‧이홍구 한국창업트렌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