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의-한의 직역 간 다툼은 여전하다.
국내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50여일이 지났다. 11일 0시 기준으로 국내 확진 환자 수는 7755명까지 늘어났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는 보건의료 전문가단체로서 정부의 정책에 힘을 실어주거나 조언을 줘야 하는 자리이지만,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한의협은 지난 1월부터 코로나19 예방과 치료에 한의약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환자가 다수 발생한 중국의 진료지침에 ‘중의 치료’가 포함된 진료방안에 따라 이달 4일 ‘코로나19 한의진료 권고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방역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한의계의 지원을 거부하자 9일부터는 무료 한약 처방에 나섰다.
정부가 한의계의 지원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서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한의사들이) 현장에서 일할 수 있게 섣불리 조치했을 때 예상치 못한 갈등 상황과 법적 책임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사단체는 한의협의 행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국민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고 혼란만 야기할 수 있는 불법적인 요소도 많은 망언을 멈춰라”며 “코로나19 환자에게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한방 치료를 시험하는 비윤리적 행위를 국민 상대로 하는 장사행위로 간주하고 묵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의협은 의협 한특위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들은 “의사들이 한약 폄훼에만 열 올린다”며 “한약의 높은 치료 효과와 선호도 두려워 ‘밥그릇 싸움’으로 몰아가려는 얄팍한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한약에 대한 효과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치료 약이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 한약이 높은 치료 효과를 가진다는 표현은 다소 무리가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사망자도 벌써 60명으로 늘어났다. ‘밥그릇 싸움’ 등의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의협과 한의협 모두 협회 회원의 권익을 위해서 하는 말이려니 생각이 들지만, 코로나19 사태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지금과 같이 보건의료인들의 단체가 직역 간 힘겨루기만 지속한다면 결국 의료인의 권위는 추락하고 신뢰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구슬땀 흘려가며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료인들을 생각해서라도 코로나19 종식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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