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공항·항만을 통한 해외유입 감염사례가 발생해 방역 당국의 우려가 깊어지는 형국이다. 특히 최근 부산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국적 화물선에서 17명의 확진자가 나온 것과 관련해 이미 4차례에 걸쳐 1명씩 발생해 부산항에서만 21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것을 두고 사전에 항만 방역을 강화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달 9일부터 23일까지 최근 2주간 방역당국에 신고된 신규 확진자 633명 가운데 해외유입 사례는 총 171명로 전체 신규 확진자의 27%에 달한다.
24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전날까지 국내 항만 검역소의 검역과정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총 21명이다. 모두 부산검역소에서 발생했다. 날짜별로 살펴보면 지난 4월28일과 29일에 각 1명씩, 그리고 5월11일과 15일에 1명씩 총 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 지난 22일 감천항에 입국한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에서 확진자가 다수 발생했다. 해당 화물선은 지난 21일 오전 입항했지만, 서류만 제출하는 ‘전자 검역’ 시스템을 통해 무사통과했다.
이후 검역 당국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선원 교대가 있었고 당시 하선한 선장 1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해운 대리점의 신고를 받고 나서야 배에 올라타 ‘승선 검역’을 실시해 확진자를 발견했다. 하지만 이미 하역 작업을 하던 부산항운노조원 등 90명과 밀접접촉은 한 이후였다.
그간 주요 항만 검역소에서는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꾸준히 실시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부산에서는 227건, 여수에서는 178건의 진단검사가 각각 시행됐다. 이번 감천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기 전까지도 부산에서는 다소 적은 숫자이긴 하지만 확진자가 지속해서 나왔던 점을 고려하면 미리 검역 절차를 강화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자 검역 시스템만으로는 방역 대응을 철저하게 하기 어렵다. 러시아는 최근 코로나19가 많이 발생했는데 검역관이 직접 배에 올라 ‘승선 검역’을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지난 22일 기준으로 59만2280명에 달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확진자 수가 많다. 하지만 러시아는 별도 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탓에 통상의 ‘전자 검역’ 과정만 거치고 있다.
이와 함께 정 교수는 “3년 전만 해도 부산 국립검역소 직원들이 승선 검역을 위해 나갈 때 검역소의 배가 없어 세관 선을 타고 나갔을 정도로 열악했다”며 “승선 검역 대상 국가를 계속 늘리기만 한다면 현장에서 감당을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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