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카페에 붙어있는 위 문구의 포스터를 필환경에 대한 사진기획에 실었다. 그런데 사진 속 포스터를 보며 줄곧 카페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쌓인 모습을 머리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환경부는 2018년부터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식품접객업소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나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하면서 정부는 2월부터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그렇다 보니 자원재활용법이 무색하게 카페, 길거리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실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쓰레기 팬데믹’이 우려되고 있다. 비대면 온라인 언택트 소비로 쓰레기가 급증했으며, 마스크, 자가격리자와 확진자의 쓰레기, 병원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등 무수한 양의 의료 폐기물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쓰레기가 느는 동시에 유가는 하락하면서, 재활용 단가가 떨어지고 있다. 재활용되지 않는 쓰레기는 일반적으로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매립된 쓰레기에서는 메탄이 나오며, 소각할 시엔 태우는 만큼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메탄과 이산화탄소는 기후 위기의 주범이 된다.
코로나19로 상당수 묻혔지만 2020년에도 여전히 기후 위기는 진행 중에 있다. 올해 초 호주 산불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났고, 우리나라에서는 54일간 역대급 최장 장마가 이어졌다. 관련해 기후학자들은 최악이라 평가하는 2020년이 10년 뒤에는 기후 위기가 심각해짐에 따라 사람들이 되려 그리워하는 해가 될 것이라 말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여,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 밝혔다는 것이다. ‘넷제로’라고도 불리는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를 더해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균형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실은 탄소중립은 이미 국제적인 흐름으로 오히려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선언은 늦은 편에 속한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잇따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지키지 못해온 과거를 가지고 있다. 2009년 이명박 대통령 정부는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5억4300만 톤을 잡았고, 작년 우리나라는 7억280만 톤(잠정치)을 배출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에서의 2030년 감축 목표는 5억3600만 톤이었다. 두 정부의 목표량을 보면 알 수 있듯이 2020년 일 년 만에 2019년 대비 2억 톤 이상을 줄여 2020년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극적인 변화가 없인 불가능한 일이다.
더불어 현재 정부는 2030년 감축 목표로 5억3600만 톤을 말하고 있는데, 계산 방식의 차이가 날 뿐 배출량 자체는 박근혜 정부와 차이가 없다. 이 부분에서 사실상 ‘2050 탄소중립’은 아직까지 허울 좋은 선언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2020년과 2030년의 감축 목표가 제자리걸음인데 2050년이라고 달라질까.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기후는 핵심적인 의제가 되지 못해왔다. 이번 ‘2050 탄소중립’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구호성 언급되었더라도 금방 다른 이슈에 묻히며 정치적 의지가 부족한 모습을 보여 왔다. 탄소중립은 한 국가의 자연환경, 산업구조, 경제 수준 등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 기반인 데다가, 탄소중립을 뒷받침해줄 눈에 띄는 에너지원이 없는 상황이다. 이 상태라면 ‘2050 탄소중립’ 역시 앞선 정부들의 과오를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위험성이 크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었지만, 기후 재난이 몰아치는 지금과 비교했을 때 차라리 그때가 그리워’라고 말하지 않기 위해선 불분명한 선언을 넘어 획기적인 전환과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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