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이너’는 지플랫이 작사·작곡·편곡에 참여한 이지리스닝 계열의 힙합곡이다. 앞서 그룹 디유닛 멤버로 활동했던 싱어송라이터 혼담이 피처링했다. 지플랫은 1년 전 ‘디자이너’의 뼈대를 만들었다고 한다. 원래는 피아노 등 어쿠스틱 악기를 많이 써서 차분하고 서정적인 느낌의 노래였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데뷔곡으로 결정되면서 밝은 분위기로 편곡했다. 결과물이 만족스러우냐 물으니 지플랫은 “아쉬움이 남는다”며 미소 지었다. “제가 자신 있는 느낌의 노래는 아니에요. 저는 감성이 짙고 텐션이 다운된 음악을 좋아하거든요.”

배우가 되겠다던 지플랫이 음악으로 진로를 바꾸자 주변에선 ‘놀랍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지플랫은 “무의식적으로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복잡한 마음으로 ‘일단 시작해보자’하며 연기학원에 다녔는데, 내가 연기와는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지난 6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플랫은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음악 활동에만 몰두하기로 했다. 처음엔 당혹스러워하던 할머니도 지금은 지플랫의 진정성을 믿어주신다고 했다. 동생 최준희 양 역시 그의 든든한 응원군 가운데 한 명이다.
예명은 음악 용어에서 따왔다. 반음을 의미하는 플랫에 알파벳 Z를 붙인 이름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코드 ‘지플랫’처럼 자신도 기존에 없었던 음악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원래 그가 쓰던 랩네임은 ‘하이 엘로’(High Ello)였다. ‘나는 높은 곳에서 논다’는 뜻의, ‘스웨그’를 담은 이름이었다. 예명을 쓰지 않고 본명인 ‘최환희’로 활동하는 건 어떠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최진실 아들’로 알려진 이름이라서, 새 옷을 입는 느낌으로 예명을 쓰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어려서부터 ‘최진실 아들’이라는 이유로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았고, 그 덕에 방송에도 출연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한 명의 독립된 아티스트로 저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쉽지 않을 거란 걸 알아요. ‘최진실 아들’이라는 이름으로 20년을 살았는데, (지플랫으로 인정받기까지) 똑같이 20년이 걸릴 지도 모르죠. 다만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제 음악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어요.”
wild37@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