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방법은 수입 뿐?… 국내 개발 ‘지원 없이 재촉만’

코로나19 백신, 방법은 수입 뿐?… 국내 개발 ‘지원 없이 재촉만’

기사승인 2020-12-19 11:45:01
▲사진=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 독감 예방주사접종소에서 한 시민이 독감예방접종 주사를 맞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해외 기업이 개발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구매 계약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국산 백신에 대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셀리드 등 4곳이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해 국내 임상시험을 승인받았다. 이들 기업 외에도 국제백신연구소(IVI)가 국내에서 백신 임상시험을 승인받았지만, IVI가 임상을 수행하는 백신 후보물질은 해외 제약사인 이노비오가 개발했다. 

다만 이들 기업의 백신이 실제 출시되는 시점은 예상하기 어렵다. 내년까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접종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임상시험이 대부분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치료제의 경우 GC녹십자와 셀트리온 등 국내 기업들이 약 10개월 만에 개발해 완성 수준에 도달했지만, 백신 분야의 상황은 이와 대조적인 실정이다.

진원생명과학의 ‘GLS-5300’와 셀리드의 ‘AdCLD-CoV19’는 지난 4일 식약처에서 1/2상을 각각 승인받았다. 1/2상은 1상과 2상을 동시에 승인받았다는 의미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이들 백신 후모물질을 투여해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평가하는 단계다.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NBP2001’는 지난달 식약처에서 1상을 승인받아 개시했다. 제넥신의 ‘GX-19’는 지난 6월 국내 기업 최초로 1/2상을 승인받아, 가장 먼저 완성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제넥신이 후보물질을 GX-19에서 ‘GX-19N’으로 바꿔 임상 절차를 다시 밟기로 했다. 이는 변종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결정으로, 백신 완성 시점은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기업들의 백신 개발은 국내와 비교해 앞서나갔다. 우리 정부의 구매 계약 물망에 오른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바이오앤테크 ▲모더나 ▲얀센·존슨앤존슨 등 4개 제품 가운데 화이자의 백신은 이미 영국과 미국 허가당국에서 긴급승인을 받아, 일반인을 대상 접종이 개시됐다. 모더나의 백신도 17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로부터 만장일치로 ‘긴급사용 승인을 권고’를 받고 승인과 접종 개시를 앞뒀다.

국내 백신 개발이 속도를 내지 못한 이유로는 환경적 요인이 꼽힌다. 백신이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를 지녔다는 사실을 확인하려면, 임상시험은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서 이뤄져야 한다. 임상시험에 참여자 가운데 백신을 투여 받은 피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코로나19 확산세는 해외와 비교해 안정적이다. 국내 기업들은 외국의 허가당국과 협의하면서 해외에서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백신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들이 감수해야 할 위험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신종플루 때 국산 백신을 개발하고 충분한 양을 생산해 놨는데, 백신이 남자 국정감사 때 ‘예산을 과소비했다’고 난리 치고 공무원을 징계한 국가”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감염병 정책이든, 백신 정책이든 그 나라가 가진 행정력과 예산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공무원들이 적극 행정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구조가 필요하다”며 “충분한 지원도 없이 백신도 빨리 만들고 도입도 빨리하라고 하면 어떻게 일이 이루어지느냐”고 날을 세웠다. 그는 ”잘 해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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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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