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조현지님. 밀접접촉자로 확인돼서 선별진료소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오셔야합니다”
지난 11일 13시 41분. 지금(18일)으로부터 딱 일주일 전 날벼락같은 전화 한통을 받았다. 지난 5일 탔던 고속버스 안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다. 더구나 확진자가 바로 뒷좌석에 앉아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에 들어가야한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
집에서 선별진료소까지는 걸어서 약 20분. 이동하는 동안 수만가지 생각이 지나갔다. ‘주말에 만난 친할머니가 나 때문에 아프진 않을까’, ‘친구가 운영하는 가게에 갔었는데 문을 닫아야 하면 어쩌지’ 등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일어날 장면들이 머릿 속을 뒤집어놨다.
선별진료소 앞에 도착하니 또다른 생각이 불안하게 했다. 바로 ‘코로나19 검사가 엄청 아프다’는 풍문. 검사해주시는 분도 “아프다고 뒤로 빠지면 한번 더해야해요”라고 말해 더 겁이 났다. 결론적으로 조금 아팠다. 눈물이 찔끔 나는 정도? 코·입 속으로 지나간 면봉의 자리가 얼얼했다.
검사를 마친 뒤 ‘자가격리 대상자 준수사항’을 손에 쥔 채 집으로 돌아갔다. 약 일주일 간의 자가격리 시작이었다. *자가격리 기간이 ‘2주’가 아닌 ‘1주’인 이유는 확진자와의 접촉일로부터 2주를 세기 때문이다. 따라서 5일부터 2주간(19일까지) 자가격리를 했다.
자가격리 3일차. 가장 큰 위기를 겪었다. 홈트(홈 트레이닝), 넷플릭스, 핸드폰 게임, 낮잠 등 주말 이틀 동안 방 한칸 생활권에서 할 만한 일들은 다해봤다.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하는 행동을 반복하다가 네이버 웹툰 ‘신의탑’ 정주행을 결심했다.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486편의 웹툰을 연달아 보니 손가락이 저려왔다.
그러나 장편의 웹툰도 하루를 꽉 채우긴 역부족이었다. 친구들을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긴급 소집했다. 역시 사람과 함께 있는게 가장 즐거웠다. 몇마디 안한 것 같은데 3시간이나 흘러있었다. 시간이 순삭된 ‘랜선모임’을 끝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자가격리 4일차. 전담 공무원 A씨가 자가격리 용품을 전달해줬다. 접촉식 체온계, 손소독제, 살균제와 함께 의료폐기물 전용 봉투가 담겨있었다. 이외에 자가격리자·동거인 생활 수칙, 생활폐기물 관리 및 처리 매뉴얼 등이 적힌 서류도 전달됐다.
이날 A씨와는 첫 통화를 했다. “어디 아프신데는 없죠?”라는 질문에 “네. 건강합니다”라고 답했다. 어색한 웃음이 서로 오간 뒤 “수고하세요”라는 말로 통화를 종료했다.
이날은 재택근무를 해서 시간이 빨리갔다. ‘그나마 일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하다보니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이 간절했다. 배달 어플을 켜보니 최소 주문금액이 7000원인데다가 배달팁 3000원이 붙었다. 마카롱 2개를 추가하고 나서야 음료 주문이 가능했다. 2500원짜리 커피 한잔을 위해 1만500원을 지출했다.
자가격리 6일차. “현지씨~ 자가진단결과 입력해주세요” 18시 45분경 자가진단 검사결과 입력을 요청하는 A씨의 연락을 받았다. 통상 퇴근시간인 6시를 무려 45분이나 넘긴 시각이었다. 나의 귀찮음이 A씨의 즐거운 퇴근길을 방해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자가격리 8일차. 격리 해제 하루 전이다. 아침일찍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집에 방문했다. 부랴부랴 양치를 하고 나갔더니 전신보호복과 안면보호구, 마스크, 장갑 등으로 중무장한 공무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검사는 집안 신발장에서 진행됐다.
“미열인 것 같아 체온계를 수십번 들었다놨다”
본 기사는 자가격리 해제 하루 전(18일) 작성됐다. 드디어 내일(19일)이면 격리가 해제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입꼬리가 내려가질 않는다. ‘음성 판정’을 받게 된다면 내일 낮 12시 자가격리가 해제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동거인들과 떡볶이에 맥주 한잔. 물론 집에서 각자의 식기구로 거리를 지킬 예정이다.
격리 기간동안에는 ‘초 예민 모드’가 이어졌다. 괜히 미열이 있는 것 같아 10분에 한번씩 체온을 재고, 코로나19 증상 발현 순서를 계속해서 검색해봤다. 다행히 큰 증상 없이 자가격리기간을 보냈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이어졌다. 머릿속에는 “그때 그 버스를 타지 말걸”이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무엇보다 평범한 일상이 너무 그리웠다. 자가격리 중 허용된 공간은 방 한칸. 거실에서 TV를 보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혼밥’에 자신있었지만, 8일 연속 정적이 흐르는 공간에서 혼자 밥을 넘기는 일도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제발 집에 있어주세요”라는 당부를 전한다. 나 한사람의 영향력이 이렇게 큰지 자가격리를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혹시 ‘나로 인해 주변이 발칵 뒤집히길 바란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강요는 하지 않겠다.
다만 1평도 안되는 공간에서 아크릴에 붙은 장갑을 엉거주춤한 자세로 낀 채 수시간 검사를 진행하는 의료진, 24시간 핸드폰을 붙들고 자가격리자의 이탈 여부를 살펴 봐야하는 전담 공무원, 영하 10도라는 한파 속 야외 선별진료소를 지키는 공무원 등 방역 영웅들을 생각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역, ‘일단 멈춤’을 실천하는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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