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모 봉사는 부모나 가족이 키우지 못하는 36개월 미만 영유아들을 입양 전까지 일반 가정에서 양육하고 보호하는 활동이다.
전 씨는 국내 350여명의 위탁모 중 최고령이자 35년 넘게 계속 활동한 유일한 봉사자다. 통상 장기간 위탁모 봉사를 할 경우 보통 몇 개월에서 몇 년 동안 쉬었다가 다시 아이를 맡는 경우가 많지만 전 씨는 쉼없이 36년 간 아이들을 계속 양육해왔다고 재단은 설명했다.
올해 코로나로 인해 해외에 있던 아들이 귀국해 자가격리 하는 1개월 동안을 빼고는 계속 아이들을 양육해 왔다.
재단 설명에 의하면 전 씨는 지난 1984년 서울시 서대문구 북가좌동으로 이사해 인근에 있는 '동방사회복지회' 위탁모 활동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봉사를 시작했다. 당시 초등학생 두 아들을 키우던 전 씨에게 부모 없이 남겨진 또 다른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아이가 갑자기 아프거나 울 때마다 큰 일이 생길까 잠 못 자며 마음을 졸였다.
전 씨는 "아이를 떠나 보낼 때마다 마음이 아파 울다 보니 이제는 평생 흘릴 눈물이 모두 말라버린 것 같다"며 "아이들이 좋은 가정으로 갈 수 있도록 데리고 있는 동안만이라도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나의 몫이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 씨는 특히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병과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마다 않고 자발적으로 맡아 양육해 왔다.
지난 2008년 돌봤던 유진(가명)이는 미숙아라 심부전, 기흉을 앓고 있었지만 전 씨의 정성으로 몸이 많이 회복됐고, 약사인 양부모를 만나 심장병도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18년 생후 6개월 이던 영한(가명)이는 선천적으로 왼쪽 다리가 불편해 깁스를 하고 있었는데 전 씨가 수술까지 시켜가며 정성을 다해 돌봤고, 이듬해 입양을 보낼 땐 건강하게 걸을 수 있었다.
전 씨는 생후 1개월때부터 두 돌이 넘을 때까지 오랜 기간 키웠던 아이가 발달 지연과 자폐로 결국 입양되지 못하고 보육 시설로 가게 되자, 그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후원금을 보내기도 했다.
외국으로 입양된 아이들이 10대, 20대로 성장해서 한국을 방문할 때 전 씨를 친부모처럼 찾는 경우도 많았다.
전 씨가 36년간 위탁모 봉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 남편 유성기(73세)씨는 항상 목욕과 식사준비 등을 도와주며 육아 전문가가 다 됐고, 어릴 때부터 위탁 유아들의 헝겊 기저귀 빨래를 정리하고 아이들과 놀아주던 두 아들은 불혹이 넘은 지금도 시간 이 날 때마다 전 씨의 일손을 도와주고 있다.
전 씨는 "내가 이런 상을 받을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명의 아이라도 더 돌보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LG복지재단 관계자는 "반평생을 한결같이 헌신적인 사랑으로 아프거나 홀로 남겨진 어린 아이들을 양육해온 전옥례씨의 숭고한 정신을 우리 사회가 함께 생각하고 확산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의인상을 수여키로 했다"고 했다.
eunsik8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