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의 끝자락에도 포털 사이트에는 어김없이 이런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서정희, 59세 맞아?…민낯 자신감’ ‘50세 앞둔 고현정의 세월 거스른 미모’ ‘“나이를 안 먹네”…한예슬, 40세 믿기지 않는 동안 미모’…. 어려보이는 외모나 날씬한 몸매는 ‘우월한 것’으로 여겨지며 찬사를 받곤 합니다. 평가항목도 세세해요. 피부는 주름 없이 탱탱해야 하고, 표정엔 생기가 넘쳐야 하며, 군살 없이 매끈한 실루엣이 요구되죠. 세월을 거스르지 못한 제 얼굴과 몸을 돌아보면서 문득 생각했습니다. 나이를 먹는 것은 순리인데, 나이 먹음의 흔적은 어째서 ‘열등한 것’으로 전제되는 걸까요.

세상은 나아졌을까요. 공교롭게도 ‘한국의 마돈나’라고 불리는 가수 엄정화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가끔 내 나이를 기사를 보고 알아. ‘엄정화, 50대 맞아?’ 이렇게 나오잖아, (기사) 제목에. 그런데 나는 30대 중반부터 그걸 겪어 왔어. 나이 든 걸 창피해 해야 하나? 그럼 나이에 맞춰서 어떻게 살아야 하지? 하는 고민이 생길 정도로.”(tvN ‘온앤오프’) 30대 땐 ‘나이 들면 발라드 가수로 전향해야 한다’는 편견과 싸워야 했고, 40대엔 ‘나이 들었으니 (가수 활동을) 그만하라’는 사람에게 맞서야 했습니다. 그는 “나이, 처한 상황에 얽매이지 않고 어떤 음악도 무대 위에서 가장 멋있고, 아름답게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하지만, 언론은 여전히 ‘50대 엄정화, 파격 노출로 복근 자랑’ ‘컴백 D-1 엄정화, 50대 나이 믿기지 않는 완벽 몸매’ 같은 제목으로 그를 설명합니다.
세월을 거스르는 것이 젊은 시절의 외양을 잃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하는 일이라면, 저는 세월을 정통으로 맞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하지만 세월과 싸운다는 게, 낡은 관습과 오래된 편견, 고여 있는 사고를 거스르는 일을 뜻한다면 저는 세월에 기꺼이 맞설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마음이 무거워지더라도, 나이가 저를 한계 짓도록 내버려두지 않겠습니다. “‘나이에 맞춰서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하면 답이 없어. 달라진 게 없는데. (중략) 그 사람들 생각에 맞췄다면 난 아마 없었을 것 같아”라는 엄정화의 말을 마음에 새기면서요. 그러니 당신도 활기찬 마음으로 2021년을 맞이할 수 있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wild37@kukinews.com / 사진=tvN ‘온앤오프’, 빌보드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