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는 오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기업을 형사처벌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법안이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6월 처음으로 대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재계의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기존 안보다 한발 물러선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여야도 기업 책임자의 처벌 수위 등을 줄이는 안에 합의했다.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에 이르게 했을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기로 한 것이다. 벌금의 하한선도 사라졌다. 기존 강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한 ‘3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 벌금’보다 처벌 수위가 낮아진 것이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사업장 규모에 따른 유예 등에는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처벌을 4년간 유예하는 법안이 제안됐다. 지난 2018년 말 통계청에 따르면 50인 미만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의 98.8%다.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고재해의 78.7%가 일어난다. 사망자의 수는 전체의 79.1%를 차지한다.
처벌 수위도 문제로 지적됐다. 여야는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내리도록 합의했다. 그러나 부상과 질병의 경우에는 하한형이 없다. 법인에 부과하는 벌금형에도 하한형이 없다.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기준 산업재해 사망자 2020명 중 질병 사망자는 1165명이다. 전체의 58%다. 지난 2018년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세계 평균 산재 사망 중 질병은 86%에 달한다. 산업재해 중 질병 관련 비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알맹이가 빠졌다. 본래 법안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고 원청·발주처 등 실질적 책임자를 처벌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국회 논의를 거치며 다수의 예외사항이 만들어졌다. 도급을 금지하는 업종은 수은, 카드뮴 등 화학물질 업종으로 한정됐다. 고(故) 김용균씨가 일하다 사망했던 발전을 비롯해 조선, 건설 등 다수의 업종은 도급을 막지 않았다.
김용균법이 시행된 후에도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지속 발생했다. 책임자를 강하게 처벌하지도 못했다. 지난해 4월 발생한 경기 이천 한익스프레스 신축공사 현장 화재 사고가 대표적이다. 이 화재로 3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12명이 다쳤다. 책임자 일부에게만 실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 관계자에게는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시공사 건우의 현장소장, 감리사 관계자, 또 다른 시공사 관계자 등에게는 각각 징역 3년6개월과 금고 1년8개월, 금고 2년3개월이 선고됐다.

재난 피해 당사자와 가족들도 나섰다.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가족협의회와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총연합,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원회,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춘천봉사활동 인하대희생자유족협의회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원안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하다”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와 국회가 오히려 입법 취지를 훼손하려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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