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공매도 재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과 정치권에서는 증시 안정을 위한 공매도 금지 연장을, 금융 전문가들은 합리적 시장 운영을 위해 공매도 재개를 주장한다. 이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에서 공매도 재개가 바람직하다고 권고해 논란에 기름을 부은 양상이다.
공매도 금지조치는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됐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증시가 폭락하자 일시적으로 시행한 안정화 조치의 일환이었다. 애당초 금융위가 정한 금지 기한은 6개월로, 지난해 9월 재개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이 금지 조치를 연장해야 한다며 거세게 반발했고, 정치권이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추가로 6개월 연장됐다. 금지 조치의 효력은 오는 3월15일 만료된다.
개미 “공매도, 금지 넘어서 폐지해야”...표심 의식 정치권, 개미 편들기
1년간의 공매도 금지 조치가 만료될 시점이 다가오자, 개인 투자자 여론은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금지를 넘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들끓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영원한 공매도 금지를 청원한다’는 글이 올라와 이날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정부의 답변 대상이 됐다. 청원인은 “공매도가 없어도 주식시장이 운영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공매도 영구 금지를 통해)증시의 발전에 힘 써달라”고 요구했다.
오는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는 잇따라 개인 투자자들의 편을 드는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양향자 당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공매도 반대 의사를 내놓은 가운데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도 투자자 우려를 거론하며 제도개선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다만 정치권에서도 공매도 제도 자체는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 투자자들이 주장하는 폐지론이 힘을 얻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선진국에서 대체로 도입하고 있는 공매도 제도를 한국만 폐지하면 시장 운영의 합리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폐지보다 개선과 보완 쪽으로 주문하고 있는 상태다.
전문가에 IMF도 가세..“공매도 재개가 바람직”
이 가운데 IMF에서도 공매도 재개가 바람직하다는 권고를 내놨다. 안드레아스 바우어 국제통화기금(IMF) 미션단장(아시아태평양국 부국장)은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2021년 IMF 연례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이후 한국 경제는 안정과 회복 단계를 밟고 있어 공매도 재개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공매도를 전면적으로 금지해 균등한 시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은 날카롭지 않은 대응책이라고 본다. 시장 효율성 측면에서 매우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공매도 추가 연장은 무리한 조치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금융당국과 국회에서 공매도가 가진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내놨다. 공매도가 가진 문제들이 해소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공매도가 가진 문제점을 완벽하게 해결한 후에 공매도를 재개하라는 요구는 과하다. 공매도가 없으면 시장의 가격기능이 저하되고, 시장 유동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버블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금융당국이 시장을 안정화하고 투자자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공매도 금지 개입을 하는 것은 타당하고 필요하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주식시장이 폭락했던 시기가 벌써 거의 1년 전 아닌가. 지금 주가가 3000을 넘어선 마당에 공매도 금지가 왜 필요하고 심지어 더 연장되어야 하나. 지난해 3-4월이면 몰라도 지금까지도 공매도를 금지하는 국가는 없다”고 지적했다.
빈 교수는 이어 “공매도는 주식이 없어서 주식을 빌려서 주식을 팔고 돈을 사는 행위인데, 신용매수는 완전히 대칭적으로 돈이 없어서 돈을 빌려서 그 돈으로 주식을 사는 행위”라며 “공매도 금지가 필요하다면 동시에 신용매수도 같이 금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 투자자들의 우려와는 달리 공매도가 재개되더라도 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이날 비대면으로 열린 세미나에서 “공매도 허용에 따른 시장 충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스페인, 이탈리아 등 해외 유사 사례로 볼 때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ysyu10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