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와 라이브클럽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1월까지 살롱 노마드, 달콤한 음악실, 무브홀, 퀸라이브홀, 에반스라운지 등 홍대 인근 라이브 공연장 10여곳이 줄줄이 폐업했다. 2007년 가수 고(故) 신해철이 연 고스트시어터에서 시작한 브이홀도 그 중 하나다. 브이홀을 운영하던 주성민 대표는 “그렇지 않아도 지난 몇 년 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힘들어하는 공연장 업주가 많았는데,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돌아봤다.
20년 넘게 홍대를 지켜온 롤링홀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김 대표에 따르면 롤링홀은 지난해 개관 25주년을 맞아 8개월간의 기획 공연을 준비했지만, 일정을 완수하지 못했다. 2019년 7월부터 무대에 설 가수를 캐스팅하며 준비해온 공연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높아진 지난해 11월부터는 사실상 공연장 가동을 멈춘 상태라고 한다.
정부가 지난달 말부터 공연장 내 좌석 띄어 앉기 정책을 완화했지만, 홍대 인근 라이브 공연장의 보릿고개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각각 오는 3월과 4월부터 시작하는 ‘미스터트롯’ 톱6 콘서트, ‘미스트롯2’ 콘서트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주 대표는 “한 칸 띄어 앉기가 가능해졌어도 만들 수 있는 공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특히 공연장 규모가 작을수록 집객 인원 제한이 치명적이다. 100석 안팎의 공연장은 방역 단계와 상관없이 최소 70%이상 집객을 해야 생업이 가능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또 다른 공연장 관계자는 “공연을 여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서길 거리끼리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관객 중 확진자가 발생하면 가수의 이미지에도 타격이 가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공연장의 줄폐업이 종사자들의 생계를 위협할 뿐 아니라, 대중음악의 황폐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소속사 없이 활동하는 인디 뮤지션들이 음악 활동을 이어갈 터전을 잃어서다. 김 대표는 “라이브 공연장은 대중음악의 근간이다. 이런 공간이 없어지면 신인 뮤지션들도 설 자리를 잃게 된다”고 했다. 밴드 스키조의 기타리스트로도 활동했던 주 대표 역시 “대한민국 문화 생태계의 중심인 홍대가 사라질 위기”라며 “인디 뮤지션의 발전에 발판 역할을 해주던 공연장이 없어지면, 새로운 인디 스타가 탄생할 길이 막히게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에 홍대 라이브공연장 대표들은 ‘한국대중음악공연장협회’를 조직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을 포함한 대중음악공연 관계자들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집객 기준 완화 △스탠딩 공연장 구분 삭제 △공연장 외 일반 시설에 대한 새로운 객석 지침 마련을 골자로 하는 호소문을 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일단 귀를 열어둔 상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최근 홍대 인근 라이브 공연장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나섰다.
주 대표는 “민간 공연장들 모두 지난 1년간 정부 지침을 잘 따랐다. 지금 목소리를 내는 건 ‘이러다가 죽을 것 같다’는 심정에서다”라면서 “현실적으로 타격을 입은 공연업계 종사자와 인디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이들이 상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롤링홀, 대중음악비대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