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유한양행의 신약 ‘렉라자’의 허가로 폐암 치료제 시장의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에 시장을 주도했던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의 대항마로 자리잡는 것은 물론, 폐암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5일 유한양행이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국내 허가를 기념해 온·오프라인으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렉라자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이 같이 전망했다.
렉라자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T790M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경구형 3세대 면역항암제로, 티로신 인산화효소 억제제(TKI)다. 지난달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이전에 EGFR TKI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EGFR T790M 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로, 임상 3상을 실시하는 조건으로 품목 허가를 받았다.
렉라자 허가 이전까지 T790M을 타겟으로 하는 3세대 약제는 전 세계에서 타그리소가 유일했다.
비소세포폐암 치료 난제 “내성·뇌 전이·심장독성”
이날 첫 번째 연자로 나선 안명주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의 미충족 수요를 설명했다. 안 교수는 렉라자 허가의 배경이 된 임상 논문의 제 1저자다.
안 교수에 따르면 비소세포폐암은 조기진단이 어렵다. 국내 환자의 70% 이상은 3-4기에 발견된다. 진단 시 뇌전이 비율은 24%로, 병이 진행됨에 따라 뇌전이 비율이 2배 가량 증가한다. 수술적 제거, 방사선치료 등을 시도하지만 수명이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다.
내성 발생도 치료를 어렵게 하는 요소다. 안 교수에 따르면 T790M 돌연변이는 1세대, 2세대 EGFR 표적치료제로 치료받은 환자의 약 60%에서 나타난다. EGFR TKI를 사용한 이후에도 대부분 환자들은 1~2년 내 병이 진행됐다. 암세포가 계속해서 돌연변이를 일으키면서 치료제의 효과가 감소하는 것이다.
빈번히 발생하는 뇌 전이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폐암 환자의 약 24%에서는 뇌 전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일반 비소세포폐암 환자보다 초기 진단 시 뇌 전이 동반율이 더욱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부 항암제가 지닌 심장독성도 치료 시 한계로 작용한다. 안 교수에 따르면 일부 항암제는 QT간격 연장, 좌심실 수축 기능 저하 등을 유발한다. QT 간격은 심장이 수축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이완을 마칠 때까지 걸린 대략적인 시간이다. QT 간격 연장은 염전성 심실빈맥을 유발해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다.
렉라자, 높은 특이성·내약성으로 치료 난제 극복 기대
이어진 두 번째 발표는 렉라자의 임상시험을 이끌어 온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이 맡았다. 그는 내성, 뇌전이, 심장독성 등 폐암 치료의 한계점을 극복하는 데 렉라자가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교수에 따르면 렉라자는 EGFR 돌연변이를 타겟으로 작용하는 특이성이 매우 높다. 이는 1세대, 2세대 EGFR TKI치료제로 인한 내성 환자에서 렉라자가 강력한 효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렉라자가 뇌 전이 종양에 대해서도 우수한 효과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임상시험에서 240mg 용량군에 배정된 환자 78명 중, T790M 돌연변이 양성 환자 76명에 대한 독립 중앙 검토와 연구자 평가에 따른 객관적 반응률은 각각 58%와 72%로 집계됐다.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11개월, 13.2개월이었다.
심장안전성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조 교수에 따르면 렉라자를 투약받은 임상시험 참여자들의 심장박동수에 부정적 영향은 나타나지 않았다. 좌심실박축률이 감소하는 현상도 관찰되지 않았다. 내약성도 전반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3등급 이상의 중대한 약물 이상 반응은 5%, 이상반응으로 투여를 중단한 경우는 4% 수준이었다.
비소세포폐암 EGFR 변이, 아시아·여성 빈발
폐암은 크기가 작고 전이가 빠른 소세포폐암과 비(非)소세포폐암으로 구분된다. 전체 폐암의 85%는 비소세포폐암이다. 과거 비소세포폐암은 단순히 선암과 편평세포암으로 구분됐다. 그러나 점차 여러 가지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됨에 따라 현재는 구분이 매우 세분화됐다.
그 중에서도 EGFR 돌연변이는 아시아 지역 폐암환자에서 흔히 나타나는 유형이다. 2004년 발견됐으며, 비소세포폐암 중 비편평상피세포 폐암 환자의 약 30~40%가 진단받는다. 아시아, 여성, 비흡연자, 선암에서 특히 높은 비율로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활발히 연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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