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쟁 선정작 10편 가운데,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주는 영화 3편이 눈에 띈다. 정재익·서태수 감독의 극영화 ‘복지식당’은 중증 장애인 판정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장애인 관련 제도의 문제점을 파헤친다. 류형석 감독의 다큐멘터리 ‘코리도라스’는 장애인이자 시인인 남성 박동수 씨의 삶을 조용히 따라가며 그 내면의 풍경을 드러낸다. 변규리 감독의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은 성소수자와 그 부모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냄으로써 최근 변희수 전 하사의 비극적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한국 사회 내 첨예한 사회 문제를 다룬 영화도 선정작에 이름을 올렸다. 홍성은 감독의 ‘혼자 사는 사람들’은 콜센터 직원인 진아의 삶을 통해 코로나 시대 속에서 더욱 늘어가는 홀로족의 삶을 반영한 작품이다. 허정재 감독의 ‘첫번째 아이’는 여성, 그중에서도 첫 아이를 낳은 기혼 여성 정아의 삶을 보여주며 대한민국 여성의 평범한 욕망이 얼마나 실현되기 어려운 일인지를 풀어낸다.
황준하 감독의 ‘인플루엔자’는 한때 뉴스를 뜨겁게 달궜던 간호사들의 태움을 소재로 삼아 그 과정과 결과를 구체적이고 촘촘하게 그려냈고, 감정원 감독의 ‘희수’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산업재해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노동자로서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한 여성의 흔적을 쫓는 작품이다.
청춘의 삶을 나타낸 작품들도 선정됐다. 이정곤 감독의 ‘낫아웃’은 고교야구 유망주였던 광호가 야구선수로서 좌절을 겪고 새로운 길을 찾는 과정에서 겪는 갈등과 방황을 다뤘다. 우경희 감독의 열아홉‘은 어렵게 살아가던 열아홉 소녀 소정이 엄마의 급작스러운 죽음을 숨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재은·임지선 감독의 ’성적표의 김민영‘은 고등학교 3학년 정희와 민영이 졸업과 동시에 겪게 되는 관계의 변화를 독특한 감성으로 보여준다.
문석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올해 한국경쟁에는 유난히 첨예한 사회 문제를 다룬 영화들이 많이 출품됐다”며 “부조리와 모순을 폭로하고 소외된 이들을 보듬는 작품들이 영화적으로도 뛰어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4월29일부터 5월8일까지 전주 영화의거리 일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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