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은빈 인턴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거대양당 외에도 서울시를 열심히 뛰어다닌 후보들이 있다. 바로 군소정당 후보들이다. 이들은 각자 공약을 내세우며 서울시민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힘을 다했다.
그중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 송명숙 진보당 후보, 이수봉 민생당 후보에게 선거가 끝난 뒤 소회를 들어봤다.
◇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 “기본소득·성평등 서울 함께 꿈꿔줘서 감사하다”
신 후보는 자신을 선택해준 서울시민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7개월가량의 선거 운동이 끝났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거대양당이 아닌 다른 선택지에 한 표를 주는 것에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기본소득·성평등 서울을 함께 꿈꿔준 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신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기본소득’ 공약을 전면에 내걸었다. 소수 기업들이 독점하는 공통 자산을 모든 사람에게 배분하자는 취지다. 또 ▲서울시 차별금지 조례, 서울시 25개 보건소에 미프진(임신중단약품) 상시 구비 등의 성평등 공약 ▲공공임대 주택, 주거빈곤 해결 등 부동산 공약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번 선거가 거대양당의 네거티브전으로 흐른 탓에 정책경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신 후보는 “선거가 마무리될 때까지 내곡동과 생태탕만 남아버렸다. 서울시민들을 위한 정책경쟁은 일절 없었다는 것이 거대양당 정치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승리의 깃발을 든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에게는 ‘성평등 서울’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오 시장이 당선소감 때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성폭력 피해 여성이 업무에 빠르게 복귀하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꼭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시 공공부문 성폭력 전수조사부터 시작해 광역 단체장이 성폭력을 저지를 수 없도록 사적 의전을 폐지하고 성평등 업무지침을 만들겠다는 것이 제 공약이었다. 이번 임기 동안 시장의 의지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오 시장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고 했다.
신 후보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는 “‘안 될 것 없잖아’라는 당차고 당돌한 슬로건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청년 여성 서울시장 후보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며 “평등한 서울이 되려면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이를 기본소득당이 제시하고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앞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이수봉 민생당 후보 “거대양당 틈에서 풍차 맞선 돈키호테 된 심정”
이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원외정당으로서 물적‧인적 자원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 사라진 줄만 알았던 민생당이 아직은 있다고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거대양당 정치에 균열을 내기 위해 출마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번 선거는 양당정치 구조에서 정권심판론 성격이 강했다. 기득권 양당을 동시에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입장에서 힘든 선거를 치렀다. 일종의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 같은 심정이었다”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이 후보는 지난달 30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모두에게 쓴소리를 뱉으며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아울러 1호 공약으로 부동산 담합 비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제시해 관심을 끌었다.
최종 당선자가 된 오 시장에게는 서울시 쓰레기 문제 해결과 자영업자·소상공인 피해 지원을 당부했다. 그는 “오 시장은 자신의 역량으로 당선된 게 아니라는 것을 깊이 새기고 신중하게 시정을 운영해야 한다”며 “서울시 쓰레기 문제 해결책을 조속히 세워야 한다. 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에게 월 150만원씩 지원금을 주는 제 공약을 적극적으로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민생당은 앞으로도 기득권 세력을 타파하기 위해 앞장서겠다는 입장이다. 민생당 측은 “민주당은 신기득권 세력이고 국민의힘은 구기득권 세력이다. 기득권 세력의 공생 관계 속에서 민생당은 계속해서 꿋꿋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 송명숙 진보당 후보 “강남해체 외쳤지만 소수정당이라 한계 있어”
송명숙 진보당 후보는 “선거 운동할 때 건설 현장, 요양병원 등 많이 뛰어다녔다.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던 시간이었다. 앞으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송 후보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강남 해체’의 필요성을 피력해왔다. 그는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투기 정황이 드러나자 부동산 불로소득의 출처가 명확해졌다고 지적했다. 평등한 서울이 되기 위해선 LH를 해체하고 토지주택청을 신설해 공급 위주의 주택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약이 원외정당이었기에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그는 “소수정당이라 득표율과 관련해 한계가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언론에 다뤄지지 않거나 토론회 자리가 없어서 아쉬웠다. 비슷한 공약을 내건 경우 토론을 통해 더 나은 방향에 대해 논의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울러 오 시장에게는 기후위기 대응에 힘써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기후위기 대응도 시급한 과제”라며 “그런 의미에서 강남 테헤란로를 2차선으로 줄여 녹지를 확충하는 제 공약도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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