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은빈 인턴기자 =국민의힘 원내대표 자리를 둘러싼 쟁탈전이 치열하다. 4.7 재보궐선거의 승기를 대선까지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원내사령탑이 필요해 당내 고심이 깊다. 특히 ‘영남‧꼰대당 탈피’ 목소리가 높아지며 막바지까지 판세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경선에 출사표를 내민 주자는 김기현‧권성동‧유의동‧김태흠 의원이다. 경선 초반의 승기는 김기현 의원이 잡았다. 4선 중진의 김 의원은 민선6기 울산시장, 대변인,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 등을 역임하며 탄탄한 정치 경험을 인정받는다. ‘전략통’이라고 불리며 박근혜 정부 때 대권 후보로 거론되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부산‧울산‧경남(PK)주자라는 점에서 당내 전통적 세력의 당심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영남’이 김 의원의 발목을 잡았다. 차기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영남 꼰대당’이라는 과거로 돌아가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 것. 국민의힘 내 최대 다수로 구성된 초선 의원들은 4·7 재보궐선거 직후 정권탈환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영남 꼰대당 탈피’를 꼽았다. 이들은 지난 8일 초선 의원 명의로 낸 성명서에서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당의 권력지형을 고려해 ‘영남 출신 원내대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영남 출신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당 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한 야권 관계자는 “원내대표와 대표가 모두 영남 출신일 경우 ‘영남당’ 이미지가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비영남 주자인 권성동(강원), 유의동(경기‧평택), 김태흠(충청) 의원으로 시선이 향한다.
권 의원은 대인관계가 원만해 원내 의원들을 두루 어우를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권 의원은 출마 선언문에서 “지금 거론되는 당 내외 대선후보들과 저는 어느 하나 편중됨이 없이 두루 친분을 가지고 있다”며 차별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권 의원은 당내 비주류로 오래 머무른 만큼 의원들의 큰 지지를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탄핵 책임론’도 권 의원에게 악재로 작용한다. 권 의원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파면 선고에 앞장섰던 만큼 그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감지된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이 아직 대법원에 계류 중인 것도 당 차원에선 부담이다.
유 의원은 97세대론(70년대 태어난 90년대 학번)으로 초선 표심몰이에 나섰다. ‘젊은 세대’, ‘개혁보수’ 등을 키워드로 내세우며 당의 대대적 쇄신을 약속했다. 다만 유 의원도 탄핵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유 의원은 탄핵 주도 세력인 유승민계에 속한다. 탄핵에 대한 반발 여론이 당내에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영남·재선 이상 그룹의 표가 유 의원에게 향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도로영남당’과 ‘탄핵 책임’에서 거리가 먼 김태흠 의원이 유력 후보로 주목받는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태흠 의원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대구·경북(TK) 혹은 강성보수 당원들의 탄핵 책임 추궁에서 자유롭다.
지역 기반이 충청인 점도 강점이다. 충청 지역은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곳이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김태흠 의원이 충청의 지지를 이끌어낸다면 정권 교체에 큰 힘을 보탤 수 있다.
대여투쟁의 선봉에 설 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그는 당내에서 ‘야당 내 야당’으로 불리며 소신 발언을 아끼지 않는 소신파로 분류된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강성 친문 윤호중 의원인 만큼 여당의 독주를 막아설 유일한 주자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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