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 대학교 리처드 탈러 교수는 일반적으로 투자에 대한 판단을 할 때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심리적 요인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심리적 요인에 의해 합리적이지 않은 의사 결정을 내림으로써 투자 실패에 이르는 과정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그는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으며 그가 쓴 책 <넛지 Nudge>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성공한 주식보다 실패한 주식을 더 오래 보유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다. 물론 장기투자의 관점과 시간을 기다리는 것도 있지만 대다수 투자자는 손해를 본 주식은 계속 갖고 있고, 이익을 본 주식은 금세 팔아 치우려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주가가 하락해 손해를 보고 있음에도 팔았을 때 왜 이런 주식을 샀을까 후회하는 감정이 밀려오고, 혹시라도 오르게 되면 더욱 후회할 것 같아서 선뜻 팔지 못한다. 반대로 주가가 올라 수익이 나면 좀 더 추이를 보며 기다리지 못한다. 오르던 주식이 떨어져서 후회하면 어쩌나 두려워서 오래 가지고 있지 못하고 팔아버리는 것이다. 뇌에서 쾌감을 느낄 때 분비되는 도파민은 일반적으로 흥분을 느끼고 의욕이 솟으며 에너지가 샘 솟아 행복과 기쁨을 준다, 투자를 통해 이익이 나면 도파민을 분비하는 뇌가 활성화된다. 코카인 중독자나 모르핀 투여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증상과 유사하다.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이 나면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어 쾌감을 느끼게 되고, 이 쾌감을 기대하는 보상 심리로 자신의 수준을 벗어난 과도한 소비를 하기도 한다.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에서 투자자들이 의사 결정을 할 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을 조사했는데 참가자들은 안전한 채권과 가격의 등락이 심한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주식 중 하나는 상승하는 추세의 주식이었고, 하나는 하락하는 주식이었다. 이때 참가자들은 상승주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대신 하락하는 주식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참가자들이 많았다. 이미 오른 주식에 대한 투자보다는 앞으로 올라갈 것이 많이 기대되는 주식에 대한 투자가 더 짜릿한 쾌감을 준다고 생각한 것이다. 위험에 대한 부담만큼 보상에 대한 기대도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이다. 반면 상승주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대신 채권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참가자들이 있었는데 나중에 오를 수 있으나 수시로 등락을 거듭하는 주식을 사서 마음을 졸이느니 이익은 적더라도 안전한 채권을 사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향후 기대되는 보상보다 지금 겪는 불안과 초조를 견딜 수 없어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이를 줄이고자 안전한 채권에 투자한 사람이다.
현실을 정확히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여 투자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몇 번 우연히 맞아떨어진 자신의 직관이나 감각에 의존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투자는 신중하고 신중해야 한다. 투자는 캄캄한 바다와 같다. 그 어디에도 항구나 등대의 불빛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자신만의 등대를 세워야 한다. 이리저리 휩쓸리거나 남들이 하는 걸 보고 따라 해 낭패를 보지 않아야 한다. 우왕좌왕하지 않고 자신만의 원칙과 소신에 따라 판단을 해야 한다.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세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좋은 투자, 안전한 투자, 바람직한 투자다. 좋은 투자란 지식 투자로 기본적인 기업의 가치를 봐야 한다. 안전한 투자를 위해서는 분산하여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바람직한 투자는 장기투자다.
투자자들의 합리적인 판단과 심리적인 특성을 잘 관리한다면 위험한 상황으로는 가지 않을 수 있다. 심리적 판단에 의해서만 투자 결정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지식과 사실에 기초한 투자를 할 떄 앞에서 강조한 세 가지 원칙을 갖고 결정하자. 투자의 바다에서 자신만의 등대를 만들어 보자. 그 등대가 바로 자신의 투자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