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나라 살림이 빚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국가부채가 2000조에 육박하며 ‘가보지 않은 길’을 갈 전망이다. 정부의 복지지출 확대에 더해, 대선주자들의 퍼주기 공약이 향후 채무를 늘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 정책질의에서 국가채무 증가 속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국가채무의 절대 GDP 대비 수준은 선진국의 절반도 안 돼 양호하지만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속도는 빠르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전날에도 “나라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며 악화하는 재정건전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바 있다.비판은 커졌다. 장성민 국민의힘 대선주자는 지난 1일 “눈 떠 보니 빚의 공화국으로 추락한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라며 “문재인 정권의 미친 빚잔치는 브레이크 없는 광란의 질주”라고 일갈했다. 이어 “가혹한 세금 징수로 국민저항이 솟구치면 어떤 운명을 맞게 될지 아직도 역사의 교훈을 모르냐”며 “국가파산의 예산정책을 멈춰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미래를 꾸려나갈 대선후보들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내놓은 ‘선심성 공약’이 오히려 재정 적자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공약을 세부계획 없이 남발하면서다.
여당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후보의 ‘기본시리즈’ 공약이 대표적이다. 임기 내 전 국민에게 1인당 1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청년 1인당 100만 원 추가 지급도 약속했다. 약 5180만 명인 인구수를 감안하면 기본소득으로만 약 52조 원, 청년 지원에 약 7조 원이 필요하다.
1000만 원이 넘는 목돈을 약속한 주자들도 있다. 이낙연 후보는 소득과 주거 등 8가지 영역에서 최저 기준을 정해 국가 책임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군 복무를 마친 청년들에게 3000만 원을 지급하는 ‘군 장병 사회출발자금’도 발표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정부가 모든 신생아에게 저축 계좌를 만들어주고 만 20세가 되면 1억 원을 주는 ‘미래씨앗통장’ 제도를 내걸었다.
야권 대선주자들도 가세했다. 부동산 공급 확대 정책에 집중하며 ‘표퓰리즘’ 공약 전쟁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85㎡ 이하 주택을 건설 원가로 공급하는 ‘청년원가주택’ 공약을 내놨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 강북 지역에 4분의 1 가격으로 집을 공급하는 ‘쿼터아파트’ 공약을 발표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청년의 창업·창직 준비금으로 20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1억 원 한도의 청년 주택자금 무이자 대출을 공약으로 내놨다.
문제는 해당 공약들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한 제도지만,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할 자금에 관한 세부 계획이 없는 공약은 설득력이 없다.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어떤 형태로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2000조에 육박하는 국가 부채가 공약 실현에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2022년 총지출 예산안’을 604조 원대로 의결하면서다. 이는 전년 대비 8.3% 늘어난 금액이다. 차기 정권의 재정 건전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금 퍼주기 공약이 국가부채를 늘리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막대한 재정부담이 ‘미래의 빚더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부진으로 세수는 줄어드는데, 세수엔 무관심하고 세출 벌릴 궁리만 하는 대선주자들이 넘쳐나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한국 경제의 파이를 늘릴 수 있는 ‘성장’ 담론을 제시하는 후보가 선택받을 수 있다고도 조언했다. 김 교수는 “나라가 어려운 만큼, 많은 유권자가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기회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며 “신성장·미래산업을 이끌만한 후보가 선택될 것”이라고 말했다.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