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봉에 해가 떠도 날 불러주는 사람이 없다. 붉은 구름, 푸른 봉우리, 물결 위 찬란한 햇살 뿐이다.
해맞이 길이 막혔다. 제주도 성산일출봉과 한라산을 비롯해 전국의 해맞이 명소 대부분이 출입금지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이다.
쿠키뉴스 사진팀은 지난 21일 제주도 하늘에 드론을 띄워 일출을 미리 촬영했다. 오전 7시 40분 직경 34cm의 무선비행체가 바이러스 없는 창공을 질주하며 찍은 태양과 바다와 산과 섬과 하늘사진 34장을 이어붙였다. 이 일출 광경을 다운로드해두시라.
과연 이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까? 세상은 더 좋아질까? 절망스러운 답만 생각난다면 이 사진을 떠올리며 심장의 배터리를 다시 충전해보자.2022년 첫날인 오늘도 성산일출봉 너머로 태양은 검은 바다와 짙은 구름을 뚫고 떠오른다. 이 모든 소동과 비극과 눈물과 기도를 지켜보면서도 성실하고 무심하게 떠오르고 또 떠오른다.말없이 찬란한 저 태양 앞에 우리는 할 말을 잃는다. 파도 소리 물새 소리 너머 누군가 마스크 벗은 얼굴로 친구야! 하며 불러줄 그 날을 기다린다. 새해에는 친구야! 외치며 웃을 날을 저 일출봉처럼 기다리고 기다린다.
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 글=김지방 쿠키미디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