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 제제 ‘보툴렉스’의 허가취소 위기를 모면한 휴젤이 지루한 법정공방에 돌입하게 됐다. 휴젤은 소송을 통해 결백을 증명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행정당국을 향해 보툴렉스 허가취소 처분의 집행을 멈추라고 재차 말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보툴렉스 허가취소 처분에 대해 휴젤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서울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서울식약청)은 이에 불복해 항고를 제기했는데, 지난 7일 서울고등법원이 이를 기각한 것이다.
이로써 휴젤은 본 소송(품목허가취소처분 등 취소소송)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보툴렉스를 제조·판매할 수 있다. 만약 본안 소송에서 휴젤이 패소한다면, 판결 한 달 뒤부터 보툴렉스는 시장에서 완전히 퇴장해야 한다. 반대로 재판부가 휴젤의 손을 들어준다면 허가취소처분은 무효가 된다.
그런데 아직 본안 심리조차 시작되지 않은 만큼,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휴젤과 비슷한 이유로 식약처와 다툼을 벌이고 있는 메디톡스는 현재까지 1년 이상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식약처는 왜 이들 톡신 제제에 대해 허가취소처분을 내렸을까. 국내 판매용 톡신 제제는 제조사가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품질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국가출하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면, 해외 수출용은 국가출하승인을 생략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톡신 제조사들은 도매상을 통해 톡신 제제를 해외 수출해 왔는데, 식약처가 이를 국내 판매로 간주해 문제 삼은 것이다. 즉, 수출용 제품을 국내 도매상에 넘긴 행위를 국내 판매로 보고 행정처분을 부과한 것.
식약처의 처분에 업계는 당혹감을 표하고 있다. 국내 도매상을 통한 간접수출은 그동안 업계에서 적법한 판매 방식으로 활용되어 왔는데, 갑자기 위법 행위로 단속 대상이 되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간접수출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인정하는 수출 방식이며, 대외무역법 시행령과 대외무역관리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간접수출에 따른 매출은 기업의 정식 수출실적으로 집계된다.
앞으로 제조사들이 직접 수출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면, 국내 톡신 제제의 해외 시장 진출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외국 현지 법인을 설립하거나, 외국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해외 진출에 충분한 비용을 투입할 수 있을 만큼 자본력을 갖춘 기업만 수출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휴젤 관계자는 “해외 지사를 운영할 수 있는 기업은 소수의 대규모 기업들뿐이다”라며 “무역회사와 협력하지 못하게 된다면 중소규모 기업들이 해외 판로를 확보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툴렉스에 대한 국가출하승인도 중단없이 이어지고 있었으며, 이번에 식약처 항고가 기각되고 집행정지 결정이 유지됨에 따라 생산 및 유통은 기존대로 지속된다"면서 “앞으로 진행될 법적 절차를 통해 해당 처분의 부당함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원칙에 따라 처분했다는 설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도매상을 통한 간접수출 자체는 위법이 아니지만, 휴젤의 경우 간접수출 과정에서 법을 위반한 사실이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약사법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도매상에 판매할 때는 제조단위별로 국가출하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수출용은 그렇지 않다”며 “의약품을 수출하기 위해 수출절차를 대행하려는 자에게 의약품을 수여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답했다. 다만 휴젤에 내린 처분에 대해서는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의 수사에서 국가출하승인 등 약사법 위반사실을 확인했고, 그에 따라 행정처분을 했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