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의 가상화폐 공약은 ▲투자수익 비과세 한도 5000만원 ▲거래소발행(IEO) 도입 후 ICO 허용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 ▲대체불가능한토큰(NFT)거래 활성화·디지털자산시장 육성 ▲부당거래 수익 환수 등이다.
투자자들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공약은 과세 여부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19일 공약 발표를 통해 가상화폐 양도차익 기본공제를 주식과 동일하게 5000만원까지 완전 비과세를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2023년 1월부터 가상화폐로 250만원이 넘는 수익을 내면 그중 20%를 국가에 세금으로 내야 해야 한다.
윤 당선인은 ‘선(先) 정비 후(後) 과세’를 강조했다. 그는 “투자자가 믿고 거래할 신뢰 기반의 제도 여건을 만들어놓고 나면 정부가 소득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과세 시점은 일단 가상자산에 대한 제도 기반을 먼저 구축한 다음에 좀 더 두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가상화폐 관련 법 제정과 과세 문제 모두 올해 안에 마무리 짓기엔 어려울 것으로 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과세가 이미 두 차례나 미뤄지면서 거래소와 투자자 모두 혼란에 빠졌다”면서 “전문가와 업계 의견을 수렴해 촘촘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실명계좌를 받지 못한 중소거래소의 원화마켓 진출이 쉬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당선인은 ‘가상자산거래 전문은행 제도’를 도입해 원화거래소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원화마켓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입출금계정(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 한다.
가상자산거래 전문은행 제도가 도입되면 정당한 사유 없이 실명계좌를 개설하지 못한 가상자산거래소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검증을 요청할 수 있다. FIU는 전문은행을 통해 해당 거래소가 실명계좌 개설에 필요한 요건을 충족했는지 검증한다. 이에 따라 코인거래 시장의 독과점을 방지할 수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은행 입장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에 개입하고, 은행 전체 공신력을 훼손할 만한 사태가 벌어지면 큰 리스크를 안게 된다”면서 “이에 이 거래소에 대해 공신력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은행 입장에서 리스크가 없다고 판단되면 독과점 문제는 해결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실명계좌 개설에 소극적이었던 은행과 금융권이 나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관심사인 가상자산 공개(ICO)가 일부 허용될 가능성도 커졌다. ICO는 블록체인 기술 및 가상자산 기반 프로젝트팀 등이 초기 자본 마련을 위해 코인을 발행하고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과정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주식 시장의 기업공개(IPO)와 비슷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7년 가상자산을 통해 자금세탁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ICO를 금지했다. 이후 국내 기업들은 해외법인을 설립해 이를 추진해왔다.
ICO가 허용되면 기업들은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다. 윤 당선인은 이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다단계 사기 등의 투자 피해가 우려돼 안전장치가 마련된 거래소 발행(IEO)부터 먼저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IEO는 일정한 자격조건을 갖추고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가상자산을 판매하는 형태다. 거래소가 중개인이 돼 프로젝트와 투자자 사이에서 검증자와 중개 역할을 하게 된다.
ICO가 국내에서 허용될 때 싱가포르 등 해외에 법인을 둔 국내 가상자산 발행 기업들이 다시 국내로 법인을 옮길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파급 효과가 클 전망이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현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모호한 입장 때문에 가상자산 시장을 육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라면서 “코인 발행(ICO)이 허용되면 가상자산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져 업계를 활성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