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38.12p(1.56%) 내린 2411.42에 마감했다. 추석 연휴 이후 첫 개장일이던 전날 코스피는 2% 넘게 올랐지만, 하루 만에 추락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3.86p(1.74%) 내린 782.93에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코스닥지수의 동반 급락은 지난밤 나온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뉴욕 증시의 폭락에 영향을 받았다.
13일(현지 시각) 미 노동부는 8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8.3%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월 상승률(8.5%)보다는 낮지만, 시장 예상치(8.1%)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 상승률이 지난달(5.9%)보다 높은 6.3%를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6%인데, 이는 7월의 전월 대비 상승률(0.3%)보다 두 배나 높다.
국제 유가 하락에 힘입어 에너지 물가가 많이 떨어졌지만 주거 비용과 식료품 물가, 의료 비용 등이 치솟으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앞서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휘발유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률을 이끌었다면 지난달에는 유가 상승세는 누그러든 대신 생활 전반에서 물가가 오른 것이다.
고개 든 ‘1%p 금리인상’…불확실성↑
미국의 소비자물가 지수가 발표된 이후 9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가속할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졌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과 1%p 올리는 ‘울트라 스텝’으로 전망이 갈렸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할 가능성을 62%, 1%p 올릴 가능성을 38%로 전망했다. CPI 지표가 나온 직후 0.5%p 올리는 빅스텝 확률은 아예 사라졌다. 이번 달 자이언트스텝으로 기정사실로 했던 시장 기류가 바뀌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8월 CPI 발표 이후 광범위한 모습을 보이는 물가 상승에 맞서 9월 FOMC는 물론 11월 FOMC에서도 미국은 75%p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면서 “긴축 속도가 가속화되며 올 연말까지 미 연준은 정책금리를 4.00~4.25%까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기존에는 9월 FOMC 75%p 인상으로 기정사실화됐지만, CPI 발표 이후 1%p 금리인상 확률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울트라스탭을 배제할 수 없게 된 상황”이라면서 “차주 FOMC를 앞두고 발언이 금지되는 블랙아웃 기간에 들어가면서 이번 CPI 결과에 대한 연준의 평가를 접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1%p 인상과 같은 공격적인 전망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노무라증권은 연준이 1%p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준이 1%p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이는 40년 만에 처음이다. 노무라는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웃도는 등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고 있다. 연준이 오는 9월 FOMC에서 1%p의 금리인상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클린턴 미국 행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도 미 연준의 1%p 금리 인상을 지지했다. 서머스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에서 정책 금리가 4%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인상되지 않고서는 (인플레이션이) 관리될 수 있는 실질적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천천히 움직이는 것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증시 반등 어려워…“보수적으로 투자해야”
증시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분간 변동성 확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성장주로 분류되며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 우려가 있는 기업들의 주가는 앞으로도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FOMC 이전까지 불확실성이 지속된다고 봐야 한다”면서 “기준금리 0.75%p 인상 이후에도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견해가 이어지면 코스피가 연저점까지 다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이달 FOMC 전까지 매우 불편한 변동성 장세가 예상된다”면서 “하락은 오늘, 내일 정도면 모두 반영돼 코스피 2370선까지 생각할 수 있으나 문제는 상방이 제약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물가 급등에 따른 하락장세가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지면서 코스피가 2100을 밑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긴축과 경기 불안이라는 이중고에 FOMC 이후에도 추세 반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증시는 중장기적으로 내년 1분기까지 하락 추세를 보이면서 코스피는 2100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최대한 보수적으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섣불리 정책, 시장 방향성이 바뀔 거란 기대를 하고 경기민감주 쪽으로 투자하기보다는 최대한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를 가져가는 게 좋다”며 “또 일정 부분 현금은 항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밸류에이션이 높은 기업들의 주가는 상승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대신 필수 소비재나 리오프닝(경제 재개)과 관련된 기업들의 주식들은 앞으로도 나쁘지 않을 것이기에 선별해서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