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에 재무부담까지···건설업계, 악몽 현실되나

미분양에 재무부담까지···건설업계, 악몽 현실되나

기사승인 2022-09-15 06:00:19
세운지구 내 재개발사업 공사 현장.   사진=김형준 기자

주택시장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들의 미분양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분양 실패로 인한 재무부담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3만1284가구로 6월 대비 12% 가량 늘었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4528가구로 지난해 말(1509가구) 대비 3배 넘게 늘었고 지방도 2만6755가구로 7개월 사이 1만여 가구 넘게 증가했다.

특히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눈에 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전국 7388가구로 한 달 사이 3.6% 증가했다. 이 가운데 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이 21.5% 증가한 1017가구로 1.2% 증가한 지방 미분양 물량에 비해 증가폭이 훨씬 가팔랐다. 

다만 올해 상반기까지 미분양으로 인한 위험도는 지방에서 두드러졌다. 나이스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 사이 발생한 미분양 물량 1만4000가구 가운데 △대구 4625가구 △포항 2466가구 △경주 1168가구 △광양 823가구 등 일부 지방의 미분양 물량이 전체의 65%를 차지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처럼 분양실적의 불확실성이 타 지역 대비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들을 ‘모니터링 대상 지역’으로 지정했다. 실제 건설사들은 해당 지역에서 미분양의 쓴맛을 맛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조회 결과 대우건설이 올해 초 대구에서 분양한 달서 푸르지오는 982가구 모집에 856가구가 미달되며 전 타입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이 경주에서 분양한 엘크루 헤리파크 역시 337가구 모집에 50가구 신청에 그쳤다.

이처럼 미분양이 잇따르며 건설사들의 재무무담도 늘어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의 연결 기준 올해 6월 10대 건설사 부채 규모는 약 80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15% 넘게 증가했다. 

이 가운데 삼성물산이 26조원으로 전체 부채의 30% 가량을 차지했고 GS건설이 11조원,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10조원을 넘기며 뒤를 이었다. 단 삼성물산의 경우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4개 부문을 모두 합산한 수치다.

규모와 더불어 비율도 높은 상태다. 같은 기간 주요 건설사들의 부채 비율은 SK에코플랜트가 336.1%, 대우건설 222.2%, GS건설 211.6%로 200%를 훌쩍 넘겼다. 

홍세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향후 분양예정 현장들에서 미분양부담이 확대될 경우 해당 회사들의 재무안정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분양실적이 저조한 현장들의 실적 개선 여부에 대한 집중적인 모니터링이 요구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이전에 분양 개시한 현장들의 기성반영이 일단락되는 내년 하반기 이후 건설회사들의 영업실적 및 재무안정성이 본격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실질적인 건설회사들의 신용위험은 향후 주택시장 변동추이에 따른 미분양부담의 급격한 확대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건설업계는 가을을 앞두고 대규모 물량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9월에만 지난해보다 1만8610가구가 증가한 4만791가구가 일반분양될 예정인데 집값 고점 인식 등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 관망세가 계속되고 있어 흥행 여부는 미지수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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