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최근 마포구 상암동 일대에 하루 처리 용량 1000톤 규모의 신규 쓰레기 소각장 ‘광역자원회수시설’ 건립 계획을 발표하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당 지역 내 주민들이 설치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랜드마크 설립 vs ‘전면 백지화’ 요구
서울시는 현재 마포구 소각장 바로 옆 지하에 새로운 시설을 짓고 기존 소각장은 2035년까지 철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후 약 1000억원을 투입해 소각시설 상부에 공원, 문화시설 등을 유치하고 소각장의 상징인 높은 굴뚝은 랜드마크로 역활용해 전망대, 스카이워크 등을 조성할 방침이다.
하지만 지하에 위치한 마포 소각장이 2027년부터 가동되는 것과 동시에 기존 상부 시설이 2035년 철거되기 전까지 8년 사이 지상과 지하 두 곳에서 쓰레기를 소각해 인근 주민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이에 마포구 주민들은 신규 소각장 설립 계획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반대 의견을 모았다. 주민들이 구성한 반대 투쟁 위원회를 중심으로 마포구 자원회수시설 일대에서 추석 연휴 기간이었던 11일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다. 지난 13일에는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소각장 설치 철회를 요구하며 반대 여론은 식지 않고 있다.
소각장이 들어서는 상암동 인근 지역 내 주민들은 “소각장을 지하에 매립한다 해도 굴뚝을 통해 연기가 솟아나오는 것이 당연하다”며 “어떻게 건강에 좋지 않은 매연 배출구를 랜드마크라고 표현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익성 생각해서···“참을만큼 참았다”
서울시의 일방적인 소각장 설치 통보에 마포구 주민들은 이유 있는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앞서 공익성을 고려해 주거 편의와 관련 없는 시설 설치에 찬성하는 등 양보를 해온 바 있어서다.
우선 지난 2016년 마포구 상암동 일대에 개원한 푸르메재단 어린이재활병원이다. 마포구가 건립 부지를 제공한 당시 일부 주민들이 주거 편의와 관련 없는 시설이 들어서는 것에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재활병원이 위치하는 월드컵파크 단지 일대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당시 반대 여론이 존재했지만 결국 공익을 위해 병원 설립을 지지했다”며 “다만 쓰레기 소각장은 재활 병원과 비교가 될 수 없는 혐오시설이고 주민들도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마포구 일대는 당인리 발전소, 난지도 쓰레기매립장 등 혐오시설 관련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쓰레기 소각장 일대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로 인한 피해가 주요 문제로 떠올랐다.
마포 소각장 신설 백지화 투쟁 본부 관계자 60대 A씨는 “이전에 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매연으로 밤에 문을 열지 못했다”며 “특히 여름에는 파리도 많았고 기압이 내려와 냄새가 더욱 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들의 안전한 주거 환경 보장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의 소각장 추가 설치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면할 수 없는 쓰레기 문제, 해외 사례 참고해야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각 지자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해당 지자체 내에서 처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코로나19 이후로 쓰레기 배출량이 급격히 증가해 덴마크의 ‘아마게르 바케’ 등 쓰레기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마게르 바케’는 덴마크 코펜하겐 도심에 위치한 쓰레기소각장으로 쓰레기 소각 시 발생하는 고열로 고압증기를 만들어 전기를 만들거나 온수를 끓이는 등 열병합발전소의 역할도 병행하고 있다.
윤 교수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주민의 삶의 질도 낮추지 않으면서 소각장을 조성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오고 있기에 서울시에서 충분히 사례를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서울시는 반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 15일부터 신규 자원회수시설 입지 후보지로 마포구 상암동이 선정된 타당정 조사 과정·결과 개요 공개를 시작했다. 다만 신규 시설 후보지에서 배제를 위한 ‘환경기초시설 중복 여부’ 항목이 낮은 배점을 차지하는 등 형평성에 문제가 제기돼 갈등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