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주포’ 오현규가 이를 더 악물었다.
오현규는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2’ 수원FC와 맞대결에서 후반 5분 팀의 2번째 골을 넣었다. 오현규의 활약에 힘입어 수원 삼성은 수원FC를 3대 0으로 꺾었다.
경기가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드존)에서 만난 오현규는 “우리가 좋은 상황이 아닌지라, 승리 했지만 기쁘지 않다.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골을 넣었지만, 엄청 기쁘지 않았다”라면서 “일단 최선을 다해 3대 0으로 이겼다. 만일 승강 플레이오프에 가더라도 좋은 분위기로 싸울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현규는 지난 9일 FC서울과 맞대결에서 후반 48분 서울의 페널티 박스 안에서 돌파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넘어졌다. 주심은 시뮬레이션 파울을 선언하고 경고를 부여했다. 한 차례 경고를 받은 오현규는 2번째 옐로카드를 받고 퇴장됐다.
이로 인해 그는 지난 12일 대구FC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오현규가 없던 수원은 대구에 1대 2로 지면서 잔류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여전히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다.
당시 상황을 되돌아본 오현규는 “서울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지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리고 팀이 대구에 1대 2로 졌다.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컸다. 어리석은 행동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현규의 득점 후 나온 ‘합장 세리머니’도 이런 심정에 비롯됐다.
그는 “우리가 지난 경기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졌다. 팬들이 간절함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면 그게 맞다. 밖에서 지켜보던 나도 많이 화가 났다. ‘우리가 간절한 팀이 맞나’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대구전이 끝나고 팀원들끼리 정말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말로 백번 해봤자, 결과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경기로 우리의 의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다음 경기에서도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승점 3점을 추가한 수원 삼성은 10위(승점 41점)를 지켰다.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은 11위 김천 상무(승점 37점)에 4점차로 앞섰으며, 9위 FC서울(승점 43점)을 2점차로 쫓았다. 서울이 이날 오후 7시 최하위 성남FC와 맞대결에서 승리할 경우, 수원 삼성의 강등 플레이오프행은 확정된다.
오현규는 성남을 향해 “비록 성남이 강등당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셨으면 좋겠다. 바람 아닌 바람이다”라면서 “하지만 이런 결과는 우리가 자처한거다. 남은 경기에서 우리 힘으로 헤쳐 나가겠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매탄중-매탄고를 거쳐 2019시즌 ‘준프로 계약’을 통해 수원에 데뷔한 그는 수원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오현규 역시 인터뷰 때마다 항상 수원 구단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강등을 앞두고 수원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잔류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강등 플레이오프를 포함해 우리에게 3경기가 남았습니다. 팬들께서 당연히 걱정이 따르겠지만, 우리는 무조건 살아남을 것입니다. 강등 당할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왜 1부 리그에 있어야 하는 지를 남은 경기에서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다음 시즌에는 더 강한 모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겠습니다.”
수원=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