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30일 파업에 돌입하면서 출⋅퇴근 시간대 시민불편이 현실화됐지만 당분간 노사간 타협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형편이어서 파업 장기화가 우려된다.
노조는 지난 9월부터 사측과 5차례에 걸쳐 2022년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파업예고를 하루 앞둔 29일 늦은 밤까지 끝내 노사간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파업에 이르렀다.
노조는 협상 결렬 직후 파업 1호 지침을 내려 전 조합원의 파업 참여를 독려하는 한편 30일 오전 10시 40분께 시청 서편에서 5000여 명의 조합원이 참가한 가운데 총파업 출정식을 열어 사측을 압박하고 나섰다. 그동안 산하단체 임단협에 직접적인 관여를 거부해온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서도 전향적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협상 테이블에 오른 쟁점은 크게 구조조정(인원감축)과 안전인력 확충 두 가지이다. 사측은 노인 무임승차 등으로 인해 누적된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인력감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측이 2차 교섭일인 10월 4일 인력 1539명을 감축하겠다는 구체적 안을 제시하면서 노사 갈등은 극에 달했다. 노조 측은 안전관리 측면에서 인력감축은 안전사고 증가 등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공사 측은 물론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서울시도 단호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공사 노조는 녹록한 상대가 아니다.
공사는 국철 구간을 제외한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2017년 합쳐져 만들어졌다. 인력 1만5674명, 자본금 21조5000억원에 이르는 대한민국 최대의 도시철도 운영 기관이다. 하루 약 680만 명이 이용하는 만큼 노조의 단체행동은 곧바로 시민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노조가 최근 6년 만에 처음으로 실력행사에 들어간 것은 공사 내 양대 노조인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교통노조)과 서울교통공사통합노동조합(통합노조)이 연합교섭단을 구성할 만큼 결속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소속인 교통노조와 한국노총 소속인 통합노조는 상급단체 변경 여부를 두고 여러 차례 송사를 벌일 정도로 앙숙이었지만 현재 협상 테이블 안에서만큼은 단일대오를 이루고 있다. 사측이 내건 인력감축안이 양 노조에 모두 큰 위기감으로 작용해서다.
파업 출정식에서 명순필 교통노조 위원장은 "인력감축으로 인해 현장은 위기 상황"이라며 전날 협상에서 '인력감축 유보'를 카드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공사 측에 불만을 표했다.
적자를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인력감축에 나선 사측과 조합원 희생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는 노조 사이에 자리한 넓은 간극은 이번 파업이 '맛보기'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파업 장기화에 대한 우려는 이번 파업이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과 연동된 사정과도 맞닿아 있다. 화물연대 측은 파업 돌입 7일째 정부와 팽팽한 대립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업무 복귀 명령을 내리는 등 정부가 강경책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화물연대 측 역시 강경한 모습을 고수하고 있어 파업 종료 시기를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파업 출정식에 참석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노동자를 겨냥한 전면전으로 규정하고 서울지하철 파업과의 연대를 공언했다.
시에 대해서는 "노동자들의 안전, 시민들의 안전은 뒷전인 채로 공공기관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려는 의도가 명확하다"며 공동전선을 형성할 것을 분명히 했다.
오 시장도 이를 감안하고 "표면적으로 내세운 파업의 이유는 구조조정(인력감축) 철회가 혁신안 철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지금 본격화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파업이 다 연결돼있다는 게 저희의 판단"이라며 정치파업 프레임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지하철 파업에 정통한 시 관계자들은 통합노조 측의 태도를 주목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교통노조와 맞추고 있지만 서울메트로 노조 시절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엇갈린 행보를 갈등을 겪다 결국 한국노총으로 갈아탄 이력이 있어서다.
손대선 기자 sds1105@kukinews.com
서울지하철 파업 장기화 우려...돌파구 찾기 어려워
구조조정 VS. 안전인력 확충 놓고 협상 '평행선'
양대노조 단일대오 유지 속 통합노조 행보 관심
기사승인 2022-11-30 17:18:05
손대선 기자
sds1105@kukinews.com
손대선 기자
sds1105@kukinews.com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0
- 좋아요0
- 슬퍼요0
- 화나요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
-
사도광산 추도식 ‘뒤통수’ 친 日…여당마저 “정부, 안일했다”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 강제징용자 추도식’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이 있는 인사를 대표로 보내면서,
-
정우성, 문가비 아들 친부였다…“아버지로서 아이 끝까지 책임질 것”
최근 출산 소식을 알린 모델 문가비(35) 아들의 친부가 배우 정우성(51)인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정우성의 소속사
-
“의사 없다” 17세 환자 거부한 병원…법원 “보조금 중단 정당”
지난해 대구에서 추락사고를 당한 17세 여학생이 구급차를 타고 병원 10여곳을 전전하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환자
-
이재명, 옅은 미소 띠고 취재진 질문엔 ‘침묵’…위증교사 1심 선고 시작
위증교사 혐의으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법정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이날 형사합의33부(부
-
“바꿨어야 했는데” 尹대통령 부부 휴대전화 교체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취임 전부터 쓰던 개인 휴대전화 사용을 중단하고 새 휴대전화를 개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의협·대전협 만난 개혁신당…“내년 의대 모집 중단 없인 의학 교육 불가능”
개혁신당과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가 만나 2025학년도
실시간
-
“삼성 녹록지 않아. 기회 달라” 호소한 이재용…내년 2월 항소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5일 “저희가 맞이한 현실이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
-
‘삼성 부당합병’ 이재용, 항소심 선고 내년 2월3일
-
文, 이재명 무죄에 “다행이고 안심…이제 제발 민생”
문재인 전 대통령은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에 대해 “다
-
반도체 공정 불량 원인 잡는 기술
플라즈마는 기체에 에너지를 가해 이온화시킨 고에너지 입자상태로, 이를 이용하면 특정 영역에서 정밀한 반응
-
김홍규 강릉시장, "경포호 현 상태 유지는 보존 아닌 방치"
김홍규 강원 강릉시장이 "(경포호를)현 상태를 그대로 두는 것은 보존이 아니라 방치"라며 추진 의사를 공고히 했
-
평창군, 15억원 투입 관내 하천 유수 소통 지장물 정비사업 추진
강원 평창군은 15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투자해 유수 소통 지장물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유수
-
"동해시가 여행 경비 쏜다"…관내 야간 관광지 '인기'
강원 동해시(시장 심규언)는 야간 관광지를 방문하면 여행경비를 지원하는 '아침부터 밤까지 감, 동해' 이벤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