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가상화폐 업계에는 어떤 사건들이 있었을까. 쿠키뉴스가 올 한해 가상화폐 업계의 중요한 사건들을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루나·테라 사태 등 연이은 사고에 신뢰도 ‘바닥’
올해는 업계를 뒤흔들만한 큰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악재의 시작은 지난 5월 발생한 루나·테라 사태다.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 테라가 1달러 밑으로 내려오면서 담보인 또 다른 코인 루나의 가치가 폭락했다.
119달러였던 코인 루나는 일주일 만에 2센트가 됐다. 테라의 스테이블 코인 UST가 1달러 밑으로 내려가자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예치금을 찾는 뱅크런이 일어났다. 루나·테라 사태로 피해를 본 이들은 28만명으로, 피해 규모는 약 77조원으로 추산된다.
루나·테라 사태에 대한 충격이 채 가시지도 전에 세계 3위인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했다. 바이낸스가 FTX 인수를 검토하면서 반전이 이뤄지는 듯했으나 하루 만에 철회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FTX거래소 이용 고객들을 중심으로 FTT 토큰에 대한 ‘코인런’(고객이 코인을 한꺼번에 찾는 상황) 사태가 촉발됐고, 비트코인 등 글로벌 시총 상위권 코인들의 연쇄 폭락으로 이어졌다.
같은 달 국내에서는 위메이드의 가상화폐 위믹스가 상장 폐지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는 지난 10월 27일 위믹스를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뒤 16차례의 소명을 거쳐 지난달 24일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위메이드는 적정 유통량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거래 지원 종료 결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위믹스는 지난 8일 주요 거래소에서 퇴출됐다.
업계 관계자는 “루나·테라 사태, FTX 파산으로 코인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졌다”이라면서 “당국 등 업계가 손 쓸 여력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우쳐 줬다”고 말했다.
코인세 2년 유예, 업권법은 내년에
내년 시행될 예정이었던 가상자산 소득과세가 2년 유예됐다. 지난 23일 ‘소득세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투자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현행법대로라면 내년부터 250만 원(기본 공제금액)이 넘는 수익을 올린 투자자는 20%의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내후년까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세가 유예된 기간안에 과세 기준이 되는 취득가액의 명확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라면서 “거래소에서도 투자자가 간편하게 수익을 산정할 수 있도록 해당 서비스를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한 업법권 제정은 내년으로 미뤄졌다. 가상화폐를 규제하는 법안은 지난해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는 주로 자금세탁 방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
현재 금융위원회가 ‘디지털자산기본법(가제)’를 추진하는 한편 국회에서는 다양한 가상자산 관련 업권법이 발의돼 있다. 윤창현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가상자산산업기본법안’을 포함해 모두 10개로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정의와 투자자·산업 진흥을 보호하는 내용이 골자다.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는 “여야 합의가 늦어짐에 따라 다가오는 내년 1월 1일부터 과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700만 가상자산 투자자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며 “이번 유예 조치를 계기로 선 제도 정비 후 과세라는 공약에 따라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 법 제도 개정, 국세청·거래소 DB 정비 등 인프라 구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 급락, 내년엔 오를까
2021년 말 8000만원까지 치솟았던 국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월, 5000만원대로 내려앉았다. 12월에는 2200만원까지 떨어졌다. 가상화폐 통계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2021년 신규 상장한 가상자산 8000여개 중 41%인 3322개가 올해 상장 폐지됐다.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내년 비트코인의 가격을 1200만원부터 3억까지 다양하게 제시했다. 특히 국내 가상화폐 전문가는 가상화폐 기술 본연의 가치를 토대로 비트코인이 반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위스 은행 세바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귀도 뷸러는 “올해는 (가상화폐 시장에) 끔찍한 해였다”라면서 “비트코인은 2008년 이후 모든 위기 동안 견고함을 입증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비트코인은 7만5000달러에 도달할 것이지만, 모두 타이밍 문제”라고 설명했다.
반면 유동성 위기 및 금리 인상 기조 등으로 비트코인의 하락세를 점치는 전문가도 있다.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루 JP모간 전략가는 비트코인 목표가로 1만3000달러(약 1659만원)를 제시하며 약세론을 주장했다.
월가의 베테랑 투자자인 마크 모비우스도 비트코인이 1만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비우스는 모비우스 캐피털 파트너스 창업자로, 올해 비트코인 가격 전망을 비교적 정확히 맞춘 인물로 유명하다.
국내 전문가들은 대체로 가상자산이 반등할 것으로 봤다. 특히 내년에는 가상자산 기술의 쓰임새가 더욱 확장돼 그를 기반으로 현재의 침체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와 같은 어려움은 내년 상반기까지만 이어지고 이후에는 전통 금융 시장과 차별화를 둘 것으로 보인다”면서 “분산원장 시스템과 익명성 기반 거래, 탈중앙화 플랫폼 등 크립토 본연의 기능들이 더 활성화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2023년은 가상자산 기술의 쓰임새가 더욱 확장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면서 “변동성이 높은 가상자산 가격을 단기적으로 예측하기란 쉽지 않지만, 내년에는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반등하여 1조에서 1조5000억달러(약 1914조원) 구간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