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가 오는 7월 ‘산별 총파업 투쟁’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이대로 가다간 9.2 노정합의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노조는 간병과 돌봄 국가책임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공공의료 확충, 의료민영화 중단 등 의제를 내걸고 교섭에 나설 계획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14일 서울 영등포 노조 사무실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핵심 요구안과 투쟁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9~10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확정한 결과다.
노조가 올해 산별 총파업 투쟁을 계획한 건 정권이 바뀐 뒤 9.2 노정합의 이행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9.2 노정합의 당시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는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기준 마련, 보건의료인력 기준 마련 등 보건의료인력 기준 제도화 등을 합의한 바 있다.
또한 의사인력 부족으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의사단체 반대에 부딪혀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논의 테이블에 의사단체만 앉은 것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내비쳤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의사 인력 확충 관련 의정협의가 시작됐는데, 의협과 복지부만 논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지난 2020년 의사 파업 당시에도 박능후 당시 복지부 장관도 시민사회단체와 논의하겠다고 했다.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길 이 자리를 빌어 강력하게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노조의 주요 과제로는 △간병비 문제 해결 △보건의료인력 확충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공공의료 확충 △의료민영화 중단 등을 제시했다.
특히 간병비 문제의 경우 300병상 이상 급성기병원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전면 확대하는 방안을 2020년 상반기 중에 마련해 2026년 시행하기로 합의했으나, 아직까지 대책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나 위원장은 “하루 간병비가 13~15만원으로 월 400만원 간병비를 부담해야 한다. 병원비보다 간병비가 더 비싼 상황이다. 막대한 경제적 부담과 파산, 간병을 위한 생계·직장 포기, 정신적 고통, 간병살인 등 여러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확대로 간병문제를 전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조합이 없는 중소 병·의원 노동자들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동 기본권 교섭 추진도 노조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요구안에는 △보건의료 전문직종의 임금 하한 가이드라인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근속에 따른 호봉 산정 기준 등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의사협회·치과의사협회·한의사협회·병원협회를 대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노조는 올해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을 위해 의료계와의 스킨십도 강화할 방침이다.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방사선사·임상병리사·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 등 7개 직종협회와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2개 노조가 합쳐 ‘7+2’ 대표자 회의를 공식 제안했다. 나 위원장은 “초고령사회 간병 문제, 환자 안전, 인력 문제 해결은 보건의료노조만의 투쟁으론 해결할 수 없다”며 “7+2 대표자회의를 통해 함께 의견을 모아가자고 공식 제안했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