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이 17일 전면 휴진에 나선 가운데 환자단체가 당장 집단휴진 결정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이 모인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가 목적 달성을 위해 ‘무기한 전체 휴진’이라는 선택을 꼭 했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부를 압박하는 도구가 환자의 불안과 피해라면 그 어떤 이유도 명분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서울의대 비대위가 집단휴진에 대해 응급실과 중환자실, 치료를 미룰 수 없는 진료 등 필수 기능은 유지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보냈다. 앞서 비대위는 14일 “중증·희귀질환자들의 진료는 휴진 기간에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연합회는 “서울의대 소속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시보라매병원 등에서 치료받고 있는 비응급이나 중등도 환자는 불안과 피해를 겪어도 된다는 의미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전공의 9000여명이 4개월 이상 의료현장을 이탈한 상황에서 의대 교수마저 무기한 전체 휴진에 돌입하면 의료공백으로 인한 환자 불안과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응급실을 정상 운영하더라도 배후 진료과 인력이 부족하면 심각한 환자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에 환자들만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호소했다. 연합회는 “환자는 의대 정원 숫자,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취소,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추진 등과 관련해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런데 왜 환자들이 의료계와 정부의 극단적인 대립 속에서 피해를 보아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한의사협회와 서울의대 비대위의 집단 휴진 및 무기한 전체 휴진 강행 방침을 규탄하고, 지금 당장 휴진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는 18일 집단휴진을 계획하는 대한의사협회가 전날 정부에 ‘의대 증원 재논의’를 포함한 요구안을 제시한 것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연합회는 “의협의 요구안과 집단휴진 강행 여부 결정 방법은 지난 넉 달간의 의료공백 기간 동안 어떻게든 버티며 적응해왔던 환자들의 치료와 안전에 대한 고려가 일절 없음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의협은 의료계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행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의료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책무는 실종되다시피 했다”고 꼬집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