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속 후이늠의 세계를 여행하며 ‘세계의 비참’을 줄이고 ‘미래의 행복’을 찾는다. 국내 최대 규모 책 축제 ‘2024 서울국제도서전’이 오는 26일부터 30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1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4 서울국제도서전 개최 소식을 알렸다. 국내 최대 책 축제이자 한국과 세계를 책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인 서울국제도서전은 책을 만드는 출판인들과 작가, 책을 사랑하는 독자는 물론 저작권을 거래하는 해외 유수 출판인들을 도서전 현장으로 초대한다. 후원은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이 맡았다.
올해로 66회를 맞이한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총 19개국 452개(국내 330개사, 해외 122개사) 참가사가 모여 전시, 부대행사, 강연 및 세미나, 현장 이벤트 등 450여 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도서전을 직접 방문하는 작가 및 연사는 국내 151명, 해외 34명에 달한다.
2024 서울국제도서전은 인간이 만들어 내는 ‘세계의 비참’을 줄이고, ‘미래의 행복’을 찾기 위한 여정을 모색하고자 완벽한 세상으로 묘사되는 ‘걸리버 여행기’ 속 ‘후이늠’을 주제로 선정했다.
지난 300년간 지도를 그리기 위해서 길을 찾아 헤매었던 걸리버, 사람과 같은 법적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인 제돌이(2013년 제주 바다에 방사된 남방큰돌고래)를 도서전 공식 포스터에 담았다. 도서전 현장에는 이들 ‘도서전의 얼굴’과도 관련된 강연이 준비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가 바라는 세상으로 가기 위한 지도를 그려볼 예정이다.
‘후이늠’을 주제로 다양한 시각에서 세상을 탐구하고 통찰해 볼 수 있는 강연 및 전시 프로그램이 5일간 준비돼 있다. 도서전 첫날인 26일에는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1726)를 김연수 소설가의 입말로 다시 쓰고 강혜숙 작가의 그림을 더해 새롭게 출간한 도서전 주제 도서인 『걸리버 유람기』를 처음 선보인다.
최남선 번역본 『걸리버 여행기』 중 미처 출간되지 못한 3⋅4부(후이늠 수록) 이야기를 포함해 제작 히스토리를 두 작가가 직접 소개할 예정이다. 27일에는 『H마트에서 울다』의 저자 미셸 자우너(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리드보컬)가 참여하는 ‘기억으로 이어지는 레시피’ 강연이 진행된다.
팔레스타인 분쟁 연구자 정환빈, 김민관 기자, 평화갈등연구소 정주진 소장이 ‘평화의 화살표는 어디로 향하는가’를 주제로 인간의 폭력성과 갈등을 살펴보고 평화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29일에는 ‘사라져가는 아름다움, 생태적 감수성’을 주제로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가 강연을 진행한다. 올해 ‘도서전의 얼굴’인 제돌이의 해방을 중점으로 동식물과 생태계가 ‘법적 권리 주체’로서 인정받고 삶을 스스로 누릴 수 있도록 인간의 인식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2019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을 수상한 오만의 소설가 조카 알하르티와 소설가 은희경, 문학평론가 허희의 북토크도 예정돼 있다.
도서전 주제 세미나에서는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눈다. ‘인문학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AI시대의 예술’ 강연에는 미디어 아티스트 권병준과 사회학자이자 시인인 심보선이 참여하여 예술의 가치에 대해 사유해 본다. 물리학자 김상욱과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는 ‘세상을 뒤흔든 물리학의 세계: 『삼체』에 관하여’ 세미나를 통해, SF 소설 속 물리학과 상상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올해 스포트라이트 컨트리인 오만의 문학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오만과 한국의 문화교류: 50년의 친교와 협력’ 강연도 준비되어 있다. 『가짜 노동』 공저자인 데니스 뇌르마르크도 도서전 현장에 방문하여 세미나를 통해 테크놀로지의 출현과 ‘노동’에 대한 고찰을 나눌 예정이다.
주제전시 <후이늠 Houyhnhnm>에서는 세 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된 400권의 도서 큐레이션을 통해 저마다의 ‘후이늠’을 사유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선보인다. 전시 공간에는 관람객이 생각하는 후이늠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직접 글과 그림으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체험존도 구성될 예정이다. 주제전시를 통해 조너선 스위프트가 작품 속 ‘자연의 완성’이라고 정의한 ‘후이늠’을 여행해보고 ‘후이늠’의 세계가 해법이 아니라면 어떤 방식으로 미래를 그려야 할지 현실을 모색할 수 있도록 제안한다.
수많은 국내외 작가들이 도서전을 방문하여 독자들을 만난다. 소설가 강화길, 김금희, 김애란, 김연수, 김진명, 김초엽, 백수린, 앤드루 포터, 은희경, 정무늬, 천선란, 최진영, 편혜영, 시인 김현, 나태주, 박준, 안희연, 진은영, 작가 금정연, 김원영, 김하나, 박서련, 요조, 이종산, 이훤, 황모과, 황선우 등 평소에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작가들을 도서전 기간 동안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책과 저자뿐만 아니라 풍성한 문화프로그램까지 만나볼 수 있는 국제관도 독자들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주빈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문학과 예술, 인문학을 포괄하는 세미나와 대담, 포럼을 진행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도서 전시, 전통문화 체험, 단편영화 상영, 공연 및 커피·초콜릿·대추야자 시식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옥한 문화예술을 가까이서 만나고 깊게 사유해 볼 수 있다.
아울러 올해 한국과 수교 50주년을 맞은 오만, 한국과 수교 65주년을 맞은 노르웨이가 도서전의 스포트라이트 컨트리로 참여한다. 오만관에서는 2019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을 수상한 작가 조카 알하르티를 비롯하여 대표적인 오만 작가와 만나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오만의 고대 필사본 전시 및 아랍어 캘리그래피 라이브쇼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오만의 문화를 깊게 느껴볼 수 있다. 노르웨이관에서는 한글로 번역된 노르웨이 문학을 원서와 함께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특별 전시를 운영한다. 『이토록 멋진 곤충』,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등으로 국내에도 알려진 노르웨이의 생물학자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 작가도 내한하여 도서전 현장에서 강연을 진행한다. 뜨개 워크숍과 노르웨이어 배우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참여할 수 있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의 주빈국인 ‘대만’도 국제관 참가사로 함께한다. 대만 부스에서는 48개의 대만 출판사에서 출품한 신간 및 수상도서 300여 권을 전시하고, 작가 사인회를 진행하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27일에는 도서전 참가사를 대상으로 대만의 최신 출판 시장 동향 설명회를 진행하며 대만-한국 출판인들이 교류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주빈국과 스포트라이트 컨트리 외에도 여러 해외 출판사 및 단체가 도서전에 참여한다. 한국의 우수한 출판 저작권을 해외에 소개하여 저작권 수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된 ‘저작권 센터’에서는 국내외 출판사 저작권 담당자 및 전문 에이전트 120여 명이 참여하는 수출입 상담 미팅이 진행된다. 또한 한국저작권위원회와의 협업을 통해 저작권 전문가를 위한 ‘저작권법 기초와 계약 실무’ 세미나를 마련하여 저작권 쟁점을 알아보는 자리를 갖는다. 박준 시인과 송길영 작가가 참여하는 ‘문학과 AI를 횡단하다’ 저작권 세미나에서는 유토피아로 보이는 AI 기술이 문학계에 미치는 영향 등의 저작권 이슈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트북과 독립출판물을 제작하는 출판사와 서점을 별도로 만나볼 수 있는 ‘책마을’ 전시 공간이 마련된다. 올해 책마을에는 총 86개의 독립 출판사가 참여하며 국내 출판사 외에도 대만의 서점·독립출판사가 참여하며 작년보다 큰 규모의 마켓이 구성된다.
2024 서울국제도서전 입장을 위한 티켓은 25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약 30% 할인가로 판매된다. 서울국제도서전 전체 강연 및 기획 프로그램은 도서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