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복귀 전공의에 ‘파격 지원책’ 제안…의료사태 일단락되나

미복귀 전공의에 ‘파격 지원책’ 제안…의료사태 일단락되나

미복귀 전공의도 행정처분 중단
9월 임용 때 동일 연차·과목으로 복귀 가능 
“전공의들 이젠 돌아오나”…환자들 기대
전문가 “60~70% 전공의 현장 복귀 빨라질 것” 전망 

기사승인 2024-07-09 06:05:02
서울의 한 대형병원 수술실 앞. 사진=곽경근 대기자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법적 대응 원칙을 뒤집었다.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중단하고, 9월 임용 시 수련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여기에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논의할 수 있다고도 밝히며 전향적인 태도 변화까지 보였다. 의료공백 해소를 위한 고육지책인 만큼, 사태가 매듭지어질지 주목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개최하고 “오늘부로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 여부에 상관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전공의 복귀를 위해 내놓은 ‘파격 지원책’이다. 그간 정부는 이탈 전공의에 대해 “사후 구제, 선처 등은 없다”며 “굉장히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할 것”(지난 2월16일)이라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이탈한 지 다섯 달째에 접어들며 환자들의 피해가 커지자 입장을 선회했다. 지난달 4일 복귀 전공의들에게 행정처분 등 어떤 불이익도 없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날부터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도 중단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위해 수련 특례도 적용한다. ‘전공의 임용시험 지침’에 따르면 수련 기간 도중 사직한 전공의는 1년 이내에 같은 과목·연차로 복귀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사직 전공의들이 같은 진료과에서 같은 연차로 수련을 재시작하려면 적어도 내년 9월까지, 또는 통상적인 전공의 선발 기간인 3월에 맞춰 2026년 3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정부는 이런 지침을 개정해 오는 9월부터 다른 병원에서 동일한 진료과나 연차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조 장관은 “복귀한 전공의의 경우에는 최대한 특례를 제공해 제때 진로 진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며 “9월 재응시자는 사직 후 1년 내 수련 과정에 복귀할 수 없다는 조항을 완화해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논의’라는 카드까지 꺼냈다. 의정 갈등을 촉발한 요인인 만큼, 전공의 복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조 장관은 “전공의 여러분이 의료계와 함께 의료개혁특위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한다면, 2026학년도 이후의 추계 방안에 대해서는 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중도 복귀하거나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전공의들과의 형평성 논란 등 비판을 감수하고 내놓은 마지막 출구전략이다. 정윤순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관은 “형평성 문제 제기도 있지만, ‘진료공백 상태에 따른 환자들의 피해를 어떤 식으로든 해소하는 것을 가장 우선에 둬야 한다’는 불가피성을 고려한 발표”라고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개최하고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절차 중단 방침을 발표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전공의 이탈로 인해 불안에 떨고 있던 환자들은 의료공백 해소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전공의 복귀 대책은 이례적인 결정인 만큼, 전공의가 신속히 의료현장에 복귀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다만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 역시 8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이번 결정을 전공의들이 조속히 수용하길 바란다”며 “의료계가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협상 테이블에 앉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현장에서 여태 고생한 전공의에 대한 형평성 문제는 추후 복지부가 꼭 검토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누가 의료현장에 남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번 조치로 미복귀 전공의들이 움직임을 보일지 이목이 쏠린다. 복지부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전체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1만3756명 가운데 근무 중인 전공의는 1092명(출근율 7.9%)에 불과하다. 정부가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3일과 비교하면, 의료현장으로 돌아온 전공의는 고작 79명 늘었다.

전문가는 오는 9월에는 다수의 전공의가 돌아올 것으로 전망했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학과 교수는 “행정처분 중단과 9월 수련 특례 적용은 전공의 복귀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이번 조치에 따라 미복귀 전공의 60~70%의 현장 복귀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짚었다. 박 교수는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건 태도 전환을 크게 한 것”이라며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나 의개특위 등에서 전공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면 복귀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