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폐과 확정’ 바둑학과 교수, 사직서 제출하고 독일행

[단독] ‘폐과 확정’ 바둑학과 교수, 사직서 제출하고 독일행

2015년 교수 임용된 다니엘라 트링스, 사직서 제출
1977년생 독일인으로 ‘독일여자바둑 챔피언’ 4차례
명지대 바둑학 박사 3호, 약 10년간 ‘바둑영어’ 등 강의

기사승인 2024-08-01 10:32:27
다니엘라 트링스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독일로 돌아간다.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기각으로 사실상 폐과가 확정된 명지대 바둑학과의 유일한 외국인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모국인 독일로 돌아간다.

1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1977년 독일 베를린 태생으로 2015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로 임용되면서 바둑계에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다니엘라 트링스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독일 여자바둑 챔피언을 네 차례 차지한 바 있는 다니엘라 교수는 독일 전국바둑대회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베를린 바둑협회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독일 바둑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다 지난 2005년 8월 한국으로 건너왔다. 바둑 최강국인 한국에서 바둑 지식과 경험을 쌓겠다는 의도였고, ‘국제아마추어바둑대회 참여동기와 만족도 분석’ 논문으로 명지대학교에서 바둑학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다니엘라 교수는 “개인적인 사유로 사직서를 제출하게 됐다”면서 “학과 폐지 결정을 막기 위해 도움을 주고 싶어 두 번이나 사직을 연기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상황에서 떠나게 돼 매우 유감스럽지만, 대학교 정책이 바뀌고 폐과 결정이 취소되기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 3월27일 쿠키뉴스 단독보도로 명지대학교에서 2025학년도 바둑학과 신입생을 뽑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바둑학과와 명지대 측의 갈등은 결국 법정으로 향했다. 남치형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와 재학생, 바둑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수험생 69명 등이 명지학원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상대로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1심과 항소심 모두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40부(이봉민 부장판사)는 지난달 열린 항고심에서 “대학의 자율성은 헌법에서 보장된 가치이며 명지학원은 재정 파탄으로 학사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바둑학과를 개설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유지할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바둑학과 진학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필연적으로 바둑학과 모집정원만큼 다른 학과 모집정원을 줄여야 하고, 이는 다른 수험생들의 이익과 신뢰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적시하기도 했다.

한편 독일로 돌아가는 다니엘라 교수는 “저는 고향인 베를린으로 돌아가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맞이할 예정”이라며 “비록 새로운 도전을 위해 떠나지만, 함께한 추억은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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