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지사, 올해도 간토학살 추도문 안 보낸다…8년 연속 거부

도쿄지사, 올해도 간토학살 추도문 안 보낸다…8년 연속 거부

기사승인 2024-08-17 12:16:51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 지사. 연합뉴스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 지사가 간토 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를 추도하는 행사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는다. 고이케 지사는 8년 연속 추도문을 보내지 않게 됐다.

도쿄신문은 도쿄도 당국이 이달 초순 고이케 지사에게 추도문 송부를 요청했던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식 실행위원회에 추도문을 송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은 매월 9월 1일 도쿄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개최된다. 고이케 지사는 3선 지사로 취임 첫해인 2016년에는 추도문을 전달했으나 2017년부터 이번해까지 8년간은 보내지 않았다.

특히 올해는 도쿄도에 실행위원회뿐만 아니라 도쿄대 교수와 직원들도 추도문 송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 및 직원들은 “살해의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추도문 송부를 요청했으나 지사는 이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기존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도쿄도는 같은 날 동일 장소에서 열리는 도쿄도 위령협회 대법요(大法要)에서 “대지진으로 극도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희생된 모든 분께 애도의 뜻을 표한다”를 메시지를 밝힌다고 설명했다.

실행위는 고이케 지사의 추도문 송부 거부에 대응해 항의문을 보낼 예정이다. 실행위 관계자는 “대지진 전체 희생자가 아니라 사람의 손으로 학살된 조선인들의 존재를 명확하게 언급하고 추도의 뜻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도쿄신문에 전했다.

한편 간토대지진은 일본 수도권이 있는 간토 지방에서 1923년 9월 1일 일어난 지진으로, 10만여 명이 사망하고 200만여 명이 집을 잃었다.

당시 일본 사회에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방화한다’ 같은 유언비어가 돌았고, 헛소문으로 약 6천 명으로 추산되는 조선인이 살해됐다.

일본 정부는 일부 학계와 시민사회로부터 조선인 학살 관련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요구를 받아왔으나 이를 줄기차게 거부하고 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유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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