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사각지대 놓인 노후주택…소방시설 관리 미비

화재 사각지대 놓인 노후주택…소방시설 관리 미비

전문가 “스프링클러 배관부식 관리 규정 마련돼야”

기사승인 2024-08-24 06:00:05
23일 오전 전날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경찰, 소방 관계자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부천호텔 화재참사를 계기로 노후주택 소방시설 운영실태가 재조명받고 있다. 소방시설 설치는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설치를 미루거나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로 이어진 사례가 많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준공 30년 이상 노후주택은 지난해 기준 전국에 약 504만4700채가 있다. 이는 전체 주택의 25.8%를 차지한다. 

노후주택은 비수도권에서 두드러졌다. 노후주택이 10채 중 3채 이상인 지역은 △전라남도(41.4%) △경상북도(35.7%) △전북특별자치도(34.4%) △강원특별자치도(30.7%) △경상남도(30.0%)다. 부산시(30.1%)와 대전시(31.6%) 노후주택 비중도 높았다. 

소방시설 법에 따르면 특정소방대상물(건축물 등의 규모·용도 및 수용인원 등을 고려해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소방대상물)마다 정해진 법규와 기준에 따라 소방시설을 최소한으로 설치해야 한다.

가령 스프링클러는 6층 이상 건물이면 모든 층에 설치해야 한다. 다만 2005년 이전에는 16층 이상 아파트에 대해 16층 이상에만 설치했다. 완강기는 2004년 6월 이전에는 전체 바닥면적 1000㎡마다 1개(지상 3∼10층)를 설치했다.

하지만 소방·피난 규정이 도입되기 전에 지어져 스프링클러나 세대별 완강기가 없는 아파트는 화재 시 계단으로 지상이나 옥상으로 대피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연기 확산을 차단하려면 방화문이 항상 닫혀 있어야 하지만 생활 불편 등을 이유로 개방해둔 곳이 많아 화재가 발생했을 때 피난계단이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실제로 노후아파트는 아예 없거나 일부 층에만 설치되는 등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로 다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방학동 아파트도 지어진 지 30년 가까운 구축으로, 16층 아래론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스프링클러 오작동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소방청 조사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소규모 화재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건수는 3508건이다. 이밖에 △스프링클러 관리소홀(헤드손상, 부식 등) 11건 △방출했으나 화재에 도달하지 못한 건수는 58건에 이른다. 

스프링클러는 일반적으로 설치 후 2년이 지나면 배관내부에서 부식이 시작된다. 이 때 생기는 산화물(결정)로 인해 막힘과 누수가 발생한다. 누수가 생기면 스프링클러를 수동조작으로 전환하는데, 화재 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대형 재산·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스프링클러 오작동은 지난 2022년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 화재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전문가는 스프링클러 배관 부식을 관리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소방부식시험연구소 관계자는 “건축물 건축연도에 따라서 스프링클러 시설이 작동하는 곳이 있고 작동 안 하는 곳이 있다. 이 부분이 중요하고, 스프링클러가 노후화하면 배관 내부에서 부식이 발생하는데, 이때 생기는 결절이 관로를 좁히는 바람에 화재 시 충분한 소화수가 나오지 못해 초기 진화에 실패한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로선 누수가 발생하면 땜질식으로 처방하는 게 전부”라며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건물엔 간이스프링클러라도 설치하게 해야하고, 단순 설치에만 그치지 않고 배관 내부 부식관리를 의무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송금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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